Changnyeong-gun, Gyeongsangnam-do, South Korea
time : Jun 10, 2025 6:25 PM
duration : 5h 38m 44s
distance : 21 km
total_ascent : 717 m
highest_point : 157 m
avg_speed : 4.0 km/h
user_id : daewoo89
user_firstname : 광진
user_lastname : 황
지역이 어디든 말든, 어쨌든 또 페달을 밟았다.
합천창녕보에서 창녕함안보까지, 자전거길은 55km나 이어지지만, 그건 자전거 얘기다.
도보로는 사실상 걸을 수 없는 길이었다.
그래서 결국 5번 국도를 따라, 39km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차들이 장난이 아니다.
미친 듯이 과속하고, 쉴 새 없이 내달린다.
모두가 ‘나만 안 봤으면 좋겠다’는 듯한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그 사이를 걷고 있는 나는, 솔직히 무섭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경찰차 한 대가 옆으로 슥 지나간다.
그러더니 또 한 대, 또 한 대...
다섯 대쯤 지나가니까 괜히 나 때문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작년에 울릉도에서 산 태극기 손수건을 배낭에 묶어두었다.
‘나 지금 국토종주 중입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작은 신호였다.
괜히 수상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여섯 번째 경찰차가 드디어 내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이 스르르 열리고 경찰이 말했다.
“타세요.”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도보 국토종주 중이라 차는 못 탑니다.”
잠깐 실랑이 끝에, 경찰차 두 대가 앞뒤로 붙어서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스코트 비슷하게.
순간 ‘이게 뭐지...?’ 싶었다.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경찰에게 말했다.
“농로로 빠질게요.”
그렇게 옆길로 빠져나왔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또 다른 경찰차가 슬쩍 다가와 옆에 멈췄다.
창문이 열리더니, 아까 그 경찰이 다시 말했다.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서요. 이해 좀 부탁드려요.”
하… 고속도로도 아니고, 자동차 전용도로도 아닌데,
도보 여행자 하나 걸었다고 이럴 일인가.
정말 어이가 없고, 웃기기도 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만, 뭐 어쩌겠나.
나는 그냥, 다시 묵묵히 내 발로 걷는다.
이 길이, 내가 정한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