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갑사 주차장 - 갑사탐방지원센터 - 갑사 - 연천봉 고개 - 연천봉 - 등운암 - 연천봉 고개 - 관음봉 - 삼불봉 - 삼불봉 고개 - 금잔디 고개 - 용문폭포 - 갑사 - 갑사탐방지원센터 - 갑사 주차장 불과 3일 전에 덕유산에서 내려놓을 만큼 내려놓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진짜 저주라도 걸렸는지 며칠 사이에 복잡한 생각들이 또 쌓였다. 퇴근 무렵엔 눈도 흐릿해지고 사고 자체가 불가능해진데다 잠도 제대로 못 잘 만큼. 이 모든 사건들이 일어난 원인이 내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지만 신체적 고통은 그렇다 치더라도 심적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날이 지속된다는 건 왠지 나 자신이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기예보엔 전국이 흐리거나 비가 온다고 하기에 온종일 집에 있으면서 빈둥거리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어딘가 나가야 했다. 내 속의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언젠가 생각 없이 읽었던 글에서 깨달음을 얻기에 좋은 산 중 하나가 계룡산이라고 했던 것이 문득 생각나서 그냥 계룡산에 가기로 했다. 이런 무속 신앙이나 미신 같은 건 그 동안 쳐다보지도 않았었는데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글귀가 문득 생각나다니 진짜 상태가 안좋긴 한 것 같다. 어쨋든 가까운 갑사 코스를 오르기로 하고 정말 이 생각 저 생각, 심지어 허구에 가까운 말도 안되는 상상까지 하면서 그냥 느긋하게 올라갔다. 연천봉 고개부터 관음봉, 삼불봉에 이르기까지 힘들다는 느낌이 들 새도 없이 뇌를 쉴 새 없이 굴렸다. 잠깐씩 멍해지는 순간에는 멈춰서서 풍경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명상하고, 평소에 떠오를 때면 애써 무시했던 멍청한 생각들도 그저 실소로 흘려보내고, 후회스럽던 과거와 가능성이 열려 있는 미래를 떠올리는 등 평소보다 약 1시간 가량 더 걸린 산행을 하면서 오랜만에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도 뭔가 특별히 깨달음을 얻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계룡산에 오른 모든 사람들이 전부 현자가 됐겠지. 그래도 아주 약간이나마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보람찼다. 갖다 붙이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어떤 생각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거나, 또 어떤 생각에 너무 깊이 매몰되지 않도록 해주거나, 어찌됐건 등산이란 활동이 참 도움이 되는 것 같다.

Hiking/Backpacking

Gongju-si, Chungcheongnam-do, South Korea
csh330 photo
time : Jun 3, 2025 10:00 AM
duration : 5h 37m 40s
distance : 10.7 km
total_ascent : 983 m
highest_point : 797 m
avg_speed : 2.6 km/h
user_id : csh330
user_firstname : 상훈
user_lastname : 최
갑사 주차장 - 갑사탐방지원센터 - 갑사 - 연천봉 고개 - 연천봉 - 등운암 - 연천봉 고개 - 관음봉 - 삼불봉 - 삼불봉 고개 - 금잔디 고개 - 용문폭포 - 갑사 - 갑사탐방지원센터 - 갑사 주차장 불과 3일 전에 덕유산에서 내려놓을 만큼 내려놓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진짜 저주라도 걸렸는지 며칠 사이에 복잡한 생각들이 또 쌓였다. 퇴근 무렵엔 눈도 흐릿해지고 사고 자체가 불가능해진데다 잠도 제대로 못 잘 만큼. 이 모든 사건들이 일어난 원인이 내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지만 신체적 고통은 그렇다 치더라도 심적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날이 지속된다는 건 왠지 나 자신이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기예보엔 전국이 흐리거나 비가 온다고 하기에 온종일 집에 있으면서 빈둥거리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어딘가 나가야 했다. 내 속의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언젠가 생각 없이 읽었던 글에서 깨달음을 얻기에 좋은 산 중 하나가 계룡산이라고 했던 것이 문득 생각나서 그냥 계룡산에 가기로 했다. 이런 무속 신앙이나 미신 같은 건 그 동안 쳐다보지도 않았었는데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글귀가 문득 생각나다니 진짜 상태가 안좋긴 한 것 같다. 어쨋든 가까운 갑사 코스를 오르기로 하고 정말 이 생각 저 생각, 심지어 허구에 가까운 말도 안되는 상상까지 하면서 그냥 느긋하게 올라갔다. 연천봉 고개부터 관음봉, 삼불봉에 이르기까지 힘들다는 느낌이 들 새도 없이 뇌를 쉴 새 없이 굴렸다. 잠깐씩 멍해지는 순간에는 멈춰서서 풍경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명상하고, 평소에 떠오를 때면 애써 무시했던 멍청한 생각들도 그저 실소로 흘려보내고, 후회스럽던 과거와 가능성이 열려 있는 미래를 떠올리는 등 평소보다 약 1시간 가량 더 걸린 산행을 하면서 오랜만에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도 뭔가 특별히 깨달음을 얻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계룡산에 오른 모든 사람들이 전부 현자가 됐겠지. 그래도 아주 약간이나마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보람찼다. 갖다 붙이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어떤 생각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거나, 또 어떤 생각에 너무 깊이 매몰되지 않도록 해주거나, 어찌됐건 등산이란 활동이 참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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