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wacheon-si, South Korea
time : Jul 26, 2025 5:33 AM
duration : 2h 57m 28s
distance : 7.2 km
total_ascent : 703 m
highest_point : 656 m
avg_speed : 2.6 km/h
user_id : yangwenli77
user_firstname : Sean
user_lastname : Y
(들어가기 전에) 보통 등산을 마치면 등산 정보를 비공개로 해두었다가, 산행기를 쓰면 공개로 전환하는데, 오늘 실수로 등산정보를 공개로 설정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여섯 분 정도가 보셨어요. mg2ss님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공개된 것을 알고서 바로 비공개 전환했습니다만, 처음에 보시고 '좋아요' 달아주신 네 분은 좀 놀래셨을듯 합니다. 놀래켜드려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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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약간 온열질환 비슷한 경험을 했던 터라 등산을 하는게 맞나 걱정이 들었습니다. 일기예보는 올해 가장 더운 날씨를 에보하고 있었구요. 어떻게 주말에 등산을 하면 될까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일의 등산을 복기해봤습니다. 어디서부터 컨디션의 밸런스가 망가졌을까. 그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햇볕에 노출된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기온은 31도 정도로 아주 무덥지 않았더라도 햇볕에 노출된 상황에서는 마치 화염방사기를 맞는 것 처럼 열기로 얻어맞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햇볕에 대한 대응은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몸을 가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쓰고, 팔 토시를 하고, 얼굴에 썬블락을 바르는 등등. 이렇게 하면 자외선은 막을 수 있지만 태양으로부터 직접 쏟아지는 '열기' 자체는 피할 수 없고, 오히려 이렇게 몸을 가린 것이 열기를 가두는 효과까지도 있는 듯 했습니다.
여름철 등산의 중요한 안전 수칙이 햇볕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제가 등산을 해왔던 방식을 바꿔야 할 부분들이 몇가지 았었습니다.
일단 등산 시간을 새벽이나, 일몰 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벽과 일몰의 등산 순서를 어떻게 짤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새벽은 햇볕이 점점 강해지는 시간이고, 일몰은 점점 약해지는 시간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가다보면 정 반대의 효과가 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통상 급경사로 산을 올라서 완경사로 하산하는 것을 나름대로의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무릎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지난 주 상황을 야기한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햇볕이 뜨거운 날에, 비록 경사가 완만하더라도 장거리인 사당능선으로 하산하는 것은 그냥 햇볕에 스스로를 장시간 노출을 해버린 셈이었습니다. 게다가 등산 루트는 암릉 위주의 자운암능선이었으니...
그래서 이번 주에는 방식을 변경해보았습니다. 일단 새벽에 올라간다. 그리고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에 능선, 암릉구간을 끝낸다. 햇살이 뜨거워지면 계곡으로 가서 햇살을 피한다. 그리고 날씨 자체가 뜨거워지는 시간 전에 하산을 완료한다. 그 결과, 비교적 숲이 어우러지고,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용마북능선을 타고 올라가서, 햇볕이 뜨거워지는 7시~7시 30분 정도에 연주대에 오른 후 더 더워지기 전에 과천향교 계곡으로 하산하는 방식으로 산에 올랐습니다. 지난 주보다는 훨씬 몸에 부담이 덜하게 등산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삶에 정답이 없다는 건, 문제가 주어지는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등산을 하는게 좋은 지 같은 가벼운 주제라도, 여름과 겨울에 적용하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일텐데 그런 점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던 것이 불찰이라면 불찰이겠지요.그런 점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작은 꿀팁들을 배울 수 있었고, 이번에 적용을 해봤습니다. 더운 날씨에 얼음물의 효과는 의외로 컸습니다. 특히 보냉백을 함께 쓰면 생수를 얼린 것이 아이스팩의 역할까지 해줘서 다른 음식들도 시원하게 해주더군요. 특히 물티슈를 차갑게 보관할 수 있는 점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운 날씨에는 햇볕이 있는 곳에서는 오히려 속도를 내야 하고, 그늘에서는 좀 여유있게 걸어야 한다는 점도 소중한 교훈이었습니다. 햇볕에서는 힘들어서 느리게 걷다가 그늘에서는 속도를 내는데, 그게 결국 몸을 더 힘들게 하더군요.
아울러 너무 속도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정 마음이 급한 상황이라면 아예 출발 시간 자체를 당겨서 등산 자체는 여유있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상에서 소위 '산 멍'의 시간을 갖는 것도 햇볕 상황을 보면서 해야 한다는 것도요. 정상뷰가 좋아서 햇볕을 맞으면서 '산 멍'을 하다가 정말 머리가 멍 해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지난 주에 배웠던 것 같아요. 최고봉의 정상(관악산은 연주대)이 그늘이 없다면 그늘이 있는 서브 봉우리(솔봉이라던지...)에서 산 멍의 시간을 가지면서 휴식하고 개활지인 정상은 최대한 빨리 지나가는 것도 여름철에는 맞는 방식일 것 같습니다.
오늘 무지무지 더운 날씨에도 많이들 오르고 계시겠죠.(mg2ss님은 아까 출발하신다고 했으니, 그 분의 등속으로는 아마 지금 하산 완료하셨을 것 같네요). 모두 건강하고 안전한 등산 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 되시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안산!, 오래오래 즐산! 오늘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