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들의 사랑과 전쟁

새벽에 비가 많이 내렸다. 천둥 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얼마전에 비 내리던 모습과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그때만큼 비의 양이 많지는 않았다. 나는 재활용품을 배출하고 혼자 산책을 나갔다. 올 여름이 끝나기 전에 비를 맞으면서 많이 걷고 싶었다. 헤드셋을 쓰고 모자를 쓰고 신발은 물이 들어오는 아쿠아 신발을 신었다. 처음에는 비가 내리는 듯하더니 금방 잦아들었다. 한강변에는 우산을 받치고 나온 사람들이 꽤 여럿 보였다. 뛰는 사람, 걷는 사람, 그들은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맨발로 걷는 사람도 가끔 보인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의 양이 줄어들더니 아예 그쳐 버린다. 흰 나비들은 낮은 풀섶에서 알을 낳으려 하는지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참새 떼는 땅 위에서 무언가를 쪼아 먹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가까운 곳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내려 앉는다. 비둘기 떼는 좀 더 높이 난다. 큰 무리를 지어 날아가다가 두 무리로 갈라지는데, 한 마리는 다른 무리로 날아갔다가 잘못 온 걸 깨닫고는 바로 자기 친구들이 있는 무리로 날아간다. 까치는 무리를 짓지 않고 개별적으로 생활하지만 가까운 애들끼리 의사 소통을 하는 건지 아주 작은 무리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한강 공원에는 다양한 정원수를 심어 놓았지만 제대로 돌보지 않는 듯하다. 심는 데는 많은 돈을 들이지만 일단 심고 나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예초기로 가끔 밀어주는 것이 전부다. 발길이 빈번하지 않은 곳에는 풀이 웃자라서 공원에 심어 놓은 나무들을 침범한다. 화살나무에 하눌타리 덩굴이 뒤엎어 버렸고 그 옆에 서 있는 키 큰 이팝나무를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쥐똥나무에는 나팔꽃이 올라타서 번지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환삼덩굴이 나무를 완전히 덮어 버렸다. 이 화살나무나 쥐똥나무 등은 인간의 도움이 없으면 올해 안에 죽을 지도 모른다. 식물은 눈이 없어서 볼 수가 없고, 귀가 없어서 들을 수도 없으며, 입이 없으니 말을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 정보교환을 하고 예민한 더듬이를 갖고 어느 쪽으로 덩굴 손을 뻗을 것인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또 자기 곁의 나무가 에너지를 만들 수 없으면 양분을 나눠 주기도 한다고 하니 식물은 이미 눈, 귀, 입이 필요 없을 만큼 감각이 발달했다고 역설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그것은 인간의 간섭이 없는 자연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일 것이고 공원에서는 인간의 적극적인 간섭이 필요해 보인다. 비 그친 강변 자전거 길에서 마라톤 선수들이 달리고 있다. 어떤 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잘 달리고, 어떤 이들은 몹시 지친 몸을 끌다시피 달려가고, 또 어떤 이들은 뛰지 않고 즐기면서 걷기도 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들이 두 군데 테이블을 설치하고 그 위에 물 담긴 종이컵을 나란히 올려 놓았다. 선수들은 그 물을 마시거나 몸에 붓고는 바닥에 던져 버린다. 비가 그치고 나니 햇볕이 따갑다. 몸을 숨길만한 그늘도 없다. 그럭저럭 만보 걷기를 마치고 햇볕을 피해 집으로 들어갔다.

Running

Seoul,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Aug 30, 2025 8:19 AM
duration : 0h 56m 21s
distance : 4.3 km
total_ascent : 22 m
highest_point : 46 m
avg_speed : 4.6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새벽에 비가 많이 내렸다. 천둥 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얼마전에 비 내리던 모습과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그때만큼 비의 양이 많지는 않았다. 나는 재활용품을 배출하고 혼자 산책을 나갔다. 올 여름이 끝나기 전에 비를 맞으면서 많이 걷고 싶었다. 헤드셋을 쓰고 모자를 쓰고 신발은 물이 들어오는 아쿠아 신발을 신었다. 처음에는 비가 내리는 듯하더니 금방 잦아들었다. 한강변에는 우산을 받치고 나온 사람들이 꽤 여럿 보였다. 뛰는 사람, 걷는 사람, 그들은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맨발로 걷는 사람도 가끔 보인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의 양이 줄어들더니 아예 그쳐 버린다. 흰 나비들은 낮은 풀섶에서 알을 낳으려 하는지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참새 떼는 땅 위에서 무언가를 쪼아 먹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가까운 곳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내려 앉는다. 비둘기 떼는 좀 더 높이 난다. 큰 무리를 지어 날아가다가 두 무리로 갈라지는데, 한 마리는 다른 무리로 날아갔다가 잘못 온 걸 깨닫고는 바로 자기 친구들이 있는 무리로 날아간다. 까치는 무리를 짓지 않고 개별적으로 생활하지만 가까운 애들끼리 의사 소통을 하는 건지 아주 작은 무리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한강 공원에는 다양한 정원수를 심어 놓았지만 제대로 돌보지 않는 듯하다. 심는 데는 많은 돈을 들이지만 일단 심고 나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예초기로 가끔 밀어주는 것이 전부다. 발길이 빈번하지 않은 곳에는 풀이 웃자라서 공원에 심어 놓은 나무들을 침범한다. 화살나무에 하눌타리 덩굴이 뒤엎어 버렸고 그 옆에 서 있는 키 큰 이팝나무를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쥐똥나무에는 나팔꽃이 올라타서 번지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환삼덩굴이 나무를 완전히 덮어 버렸다. 이 화살나무나 쥐똥나무 등은 인간의 도움이 없으면 올해 안에 죽을 지도 모른다. 식물은 눈이 없어서 볼 수가 없고, 귀가 없어서 들을 수도 없으며, 입이 없으니 말을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 정보교환을 하고 예민한 더듬이를 갖고 어느 쪽으로 덩굴 손을 뻗을 것인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또 자기 곁의 나무가 에너지를 만들 수 없으면 양분을 나눠 주기도 한다고 하니 식물은 이미 눈, 귀, 입이 필요 없을 만큼 감각이 발달했다고 역설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그것은 인간의 간섭이 없는 자연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일 것이고 공원에서는 인간의 적극적인 간섭이 필요해 보인다. 비 그친 강변 자전거 길에서 마라톤 선수들이 달리고 있다. 어떤 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잘 달리고, 어떤 이들은 몹시 지친 몸을 끌다시피 달려가고, 또 어떤 이들은 뛰지 않고 즐기면서 걷기도 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들이 두 군데 테이블을 설치하고 그 위에 물 담긴 종이컵을 나란히 올려 놓았다. 선수들은 그 물을 마시거나 몸에 붓고는 바닥에 던져 버린다. 비가 그치고 나니 햇볕이 따갑다. 몸을 숨길만한 그늘도 없다. 그럭저럭 만보 걷기를 마치고 햇볕을 피해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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