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장수대 대승령 십이선녀탕 계곡

주말에 산에 안 가고 집에 있으니 눈에 보이는 게 먹을 것이라 가만히 있어도 뱃살만 두꺼워지는 느낌이다. 친구와 지리산에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동서울에서 밤 11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성삼재에 내려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고 반야봉을 거쳐 묘향암에 들렀다가 뱀사골로 하산하는 계획을 세웠다. 버스 승차권을 예매하고 배낭에 먹을 것을 챙겨 넣었다. 그런데 낮에 인터넷 기사를 보니 지난주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지리산 인근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였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10여명으로 인명사고에 집과 농경지 등 시설물이 매몰되었고 정치권에서 여야 없이 모두 내려가 복구작업을 선무하는 기사를 보고, 혹시 하는 생각에 국립공원 홈 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지리산 탐방로가 거의 폐쇄되었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이에 친구와 상의하고 대피소에 전화를 걸어보니 버스가 아예 성상재에 올라갈 수도 없고 지리산 주능선 탐방로는 닫혀 있으며 7월 말이나 되어야 다시 열릴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산청군의 끔찍한 피해 현장 사진을 보면서 산행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마음 한 구석에는 허전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제일 만만한 설악산이었고, 마음을 비우고 이번에는 짧게 산행을 하고 몸만 풀고 오자는 생각으로 장수대 – 남교리 탐방 코스를 잡았다. 수시로 바뀌는 일기 예보에 ‘맑음’으로 표시되어 있다. 날이 맑으면 한낮의 더위가 염려되었다. 옛날 들판을 뛰어다니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걱정거리도 되지 않을 일들도 우리 현대인에게는 행동의 제약이 될 때가 많다. 혹시나 비가 올까, 너무 덥지는 않을까, 등등 이런 저런 이유로 감히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온갖 상상만 하다가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나도 일단 마음만 먹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도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문을 나서리라 하고는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설악산 가는 길 3월에 설악산이 문을 연 이후 각 탐방로를 대충 다 다녀 보았다. 이제 남은 구간이 오색에서 올라가서 천불동으로 하산하는 코스와 오늘 걷기로 한 장수대 – 대승령 – 남교리 코스였다. 오늘 같은 날 이 코스가 제일 좋을 것 같다. 오르막이 짧고 항상 물을 옆에 끼고 다니는 것이니 더위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인제군에 들어서니 갑자기 안개가 몰려왔다. 아니, 안개는 밤 새도록 이렇게 끼어 있었을 것이며, 서서히 걷히고 있는 중일 것이다. 설악산에 오를 때 보면, 이쪽 인제와 원통은 늘 안개에 덮여 있는 것이 신기했는데, 오늘도 그렇게 밤새 안개가 끼어 있었나 보다. 오늘은 마음을 비우고 걷기로 했으니, 안개가 덮여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건, 안개가 다 걷혀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그저 설악산이 보여주는 것이면 뭐든 마다하지 않고 고맙게 받아 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Hiking/Backpacking

Inje-gun, Gangwon State,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Jul 23, 2025 8:33 AM
duration : 8h 28m 11s
distance : 12.1 km
total_ascent : 962 m
highest_point : 1349 m
avg_speed : 1.7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주말에 산에 안 가고 집에 있으니 눈에 보이는 게 먹을 것이라 가만히 있어도 뱃살만 두꺼워지는 느낌이다. 친구와 지리산에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동서울에서 밤 11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성삼재에 내려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고 반야봉을 거쳐 묘향암에 들렀다가 뱀사골로 하산하는 계획을 세웠다. 버스 승차권을 예매하고 배낭에 먹을 것을 챙겨 넣었다. 그런데 낮에 인터넷 기사를 보니 지난주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지리산 인근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였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10여명으로 인명사고에 집과 농경지 등 시설물이 매몰되었고 정치권에서 여야 없이 모두 내려가 복구작업을 선무하는 기사를 보고, 혹시 하는 생각에 국립공원 홈 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지리산 탐방로가 거의 폐쇄되었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이에 친구와 상의하고 대피소에 전화를 걸어보니 버스가 아예 성상재에 올라갈 수도 없고 지리산 주능선 탐방로는 닫혀 있으며 7월 말이나 되어야 다시 열릴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산청군의 끔찍한 피해 현장 사진을 보면서 산행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마음 한 구석에는 허전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제일 만만한 설악산이었고, 마음을 비우고 이번에는 짧게 산행을 하고 몸만 풀고 오자는 생각으로 장수대 – 남교리 탐방 코스를 잡았다. 수시로 바뀌는 일기 예보에 ‘맑음’으로 표시되어 있다. 날이 맑으면 한낮의 더위가 염려되었다. 옛날 들판을 뛰어다니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걱정거리도 되지 않을 일들도 우리 현대인에게는 행동의 제약이 될 때가 많다. 혹시나 비가 올까, 너무 덥지는 않을까, 등등 이런 저런 이유로 감히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온갖 상상만 하다가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나도 일단 마음만 먹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도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문을 나서리라 하고는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설악산 가는 길 3월에 설악산이 문을 연 이후 각 탐방로를 대충 다 다녀 보았다. 이제 남은 구간이 오색에서 올라가서 천불동으로 하산하는 코스와 오늘 걷기로 한 장수대 – 대승령 – 남교리 코스였다. 오늘 같은 날 이 코스가 제일 좋을 것 같다. 오르막이 짧고 항상 물을 옆에 끼고 다니는 것이니 더위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인제군에 들어서니 갑자기 안개가 몰려왔다. 아니, 안개는 밤 새도록 이렇게 끼어 있었을 것이며, 서서히 걷히고 있는 중일 것이다. 설악산에 오를 때 보면, 이쪽 인제와 원통은 늘 안개에 덮여 있는 것이 신기했는데, 오늘도 그렇게 밤새 안개가 끼어 있었나 보다. 오늘은 마음을 비우고 걷기로 했으니, 안개가 덮여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건, 안개가 다 걷혀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그저 설악산이 보여주는 것이면 뭐든 마다하지 않고 고맙게 받아 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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