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yang-gun, Gyeongsangnam-do, South Korea
time : Jul 11, 2025 3:33 AM
duration : 1d 7h 59m
distance : 26.8 km
total_ascent : 2006 m
highest_point : 1868 m
avg_speed : 1.8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숨겨진 보물
부자가 사는 큰 정원에 진귀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나면 귀 밝은 도둑들은 늘 그 보물을 훔치려고 정원을 호시탐탐 노리게 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게 마련이다. 누가 지어낸 말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3대 폭포라며 한라산의 탐라 계곡, 지리산의 칠선 계곡 그리고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을 들었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해발고도가 높은 순으로 1, 2, 3 등하는 큰 산들이다. 물론 사람의 취향에 따라 그 순서는 바뀔 수도 있기에 그리 중요하다고 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소문이 난 곳이니 분명히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
탐라 계곡은 제주도 현무암 계곡의 특성상 비가 내린 직후에나 그 진면목을 볼 수 있을 터이니 육지에 사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탐라 계곡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관음사 탐방로를 거쳐서 한라산에 오르려면 계곡을 따라서 난 숲길을 걸어야 하는데 물이 없는 계곡은 바쁜 걸음에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은 양 옆으로 펼쳐지는 화강암 절벽 사이로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면서 천당폭포, 양폭포, 오련폭포 등 크고 작은 폭포와 담(潭)이 이어져 있으니 여유 있게 걸으면 누구나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리산의 칠선 계곡은 우리나라 3대 계곡 중 하나라는 소문과 더불어 잘못하면 그 계곡에서 길을 잃거나 물에 휩쓸려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함께 따라다녔다. 더구나 탐방로는 선녀탕, 옥녀탕, 비선담을 거쳐 칠선폭포까지는 개방이 되어 있으나 그 이후 대륙폭포, 삼층폭포 및 마폭포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일반인에게는 열러 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칠선 계곡은 일반 등산객에게는 마치 거부의 정원에 숨겨진 보물처럼 여겨져 왔던 것이다.
세석평원에서 자리를 잡고 살던 진주의 산악인 우천 허 만수 씨가 1976년 세석에서 모습을 감췄을 때도 사람들은 그가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라 말하던 칠선 계곡에서 마지막 삶을 마쳤을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그러나 그의 흔적은 그 후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그를 알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가 칠선 계곡의 여덟 번째 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회자되었다.
그렇게 일반인들에게 제한적으로 열려 있던 칠선 계곡 탐방로가 개방을 확대하였다. 일주일에 수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한 5일간 하루에 60명 한도 내에서 미리 예약을 받아 10월까지 한시적으로 개방을 한 것이다. 전에 한 번 훔쳐본 적이 있던 그 칠선 계곡의 진면목을 살펴보기 위해 마침내 경쟁이 덜 심한 금요일 탐방 행렬의 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