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outh Korea
time : May 11, 2025 2:16 PM
duration : 0h 55m 26s
distance : 0.7 km
total_ascent : 10 m
highest_point : 59 m
avg_speed : 1.1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어린이 대공원에 마지막으로 왔던 때가 언제였던가? 정말 까마득한 옛날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딸이 저녁에 성당에 가야 한다고 해서 대공원을 샅샅이 둘러볼 수는 없고 우리는 후문으로 들어가서 동물원을 대충 둘러보고 정문으로 나왔다.
여전히 관람객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동물원은 맹수관과 원숭이관을 둘러보았는데, 어렸을 때 보던 감정과는 내 기분이 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코끼리, 하이에나, 곰, 스라소니, 여우, 사자, 호랑이 등 맹수들이 우리 안에 갇힌 채 더운 날씨에 느린 동작으로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거나 구석에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그 동물들이 자연의 상태에서 살았다면 먹을 것이 없거나 병 들어서 벌써 죽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좋은 환경에서 새끼를 낳아 잘 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인간의 간섭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계절 탓인지 아니면 영양 탓인지 대부분의 동물들의 겉 모습이 매우 허접스럽다. 이를 드러내고 포효하는 맹수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다. 유리창 너머라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아무런 경계심도 품지 않고 배를 드러내고 잠을 자는 모습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보다 결코 용맹스럽지도 야생스럽지도 않아 보였다. 그 동물들도 감정을 갖고 있을까? 자신에게 위협적인 행동이 보이면 즉각 방어하고 공격을 하는 것이 이들 맹수들의 특징이지만, 이들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그런 행동이 소용없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고 더 이상 그런 본능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예전에 아프리카에서 잡아온 흑인을 유럽의 동물원에 가둬두고 방문객들에게 관람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단 한 번 주어지는 자신의 삶이 이렇게 외부의 영향으로 인해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삶이 어디 동물원의 맹수들 뿐이랴. 알게 모르게 세계 도처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그 수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원숭이 관에서는 가끔 그네도 타고 타잔처럼 공중에 매달려 움직이는 원숭이를 보고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즐거워한다. 그런 사람들이 재미있는지 우리 안에 있는 원숭이는 엉덩이를 실룩거리면서 즐거워한다. 원숭이들은 이런 삶의 방식을 깨우치고 자신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낙으로 살아가기로 결심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