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봉 휴양림 논남기 야생화

돌단풍, 들바람꽃, 깽깽이풀, 얼레지, 금붓꽃, 애기송이풀 #전반적으로 시기가 좀 늦었다. 해마다 봄만 되면 궁금해지는 논남기 계곡의 야생화를 찾아 춘천행 전철에 올랐다. 대중교통 연결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제는 시간표를 보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상봉역에서 7시 39분에 출발하는 춘천행 전철을 타면 가평역까지 한 시간쯤 걸린다. 가평역 앞에서 8시 45분 버스를 타고 북면 목동 터미널에 도착하여 9시 20에 용수동으로 가는 버스로 또 한 번 갈아탄다. 꽃을 보러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는 기나긴 여정이다. 그렇게 열 시가 다 되어서 강씨봉 휴양림에 도착하였다. 휴양림으로 들어가 계곡을 따라 걸었다. 길 가에 새로 심은 계수나무 새 잎이 햇빛을 받아 예쁘다. 층층나무 이파리도 새로 뾰족이 돋아나고 낙엽송이며 야광나무, 귀룽나무 등 모든 나무들이 잎을 피우느라 아우성이다. 가을 단풍이 예쁘다고 하지만 봄에 새로 피어나는 나뭇잎은 새 생명을 담고 있어 정말 처연하게 아름답다. 그 생명이 내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다. 길 가에 진달래는 벌써 절정을 이룬다. 꽃은 피어나는 게 아니라 스프링처럼 튀어서 터지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겨우내 그 작은 꽃 봉오리 속에 단단히 감추고 있다가 봄 볕에 부풀어 오르다가 마침내 한계점에 달하면 그냥 터져버리는 것이다. 매화말발도리 꽃도 이제 바야흐로 피어나는 중이다. 계곡의 바위에는 돌단풍이 무성하다. 먼저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운 다음 푸른 잎이 돋는데 언제 이렇게 계절이 바뀌었는지 돌단풍의 이파리는 마치 배춧잎처럼 활짝 펴져 있다. 잎 모양이 단풍잎처럼 생겼다고 돌단풍이라 부르는 꽃이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의 부인인 강씨가 귀양 와서 살았다고 하여 강씨봉이라 부르는 산 봉우리 아래 흐르는 계곡이 길고 깊어 수량이 풍부하다. 궁예의 부인 강 연화가 목욕을 했다는 연화소, 왕자들이 물놀이하며 놀았다는 왕자소 등 여기도 궁예와 그의 가족에 관한 전설이 면면이 흐른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 한낮이 되니 얼레지가 꽃잎을 활짝 들어올리고 꽃쟁이들을 유혹한다. “아니, 벌써 이렇게 봄이 지난 거야?” 꽃의 상태를 살펴보던 고인돌 형님은 속절없이 흐르는 계절의 덧없음에 놀란다. 올해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봄이 조금은 늦게까지 머물 것으로 행각했으나 하루 이틀 날씨가 다르더라도 큰 계절의 시간은 무심하게 흐른다. 얼레지 옆에는 들바람꽃이 무성하다. 이제 제비꽃은 종류별로 차레차례 피고 지면서 계절의 수레바퀴를 굴린다. 논남기 계곡 옛 기억을 더듬어 개울을 건너 깽깽이풀 군락지로 들어섰다. 몇몇 꽃쟁이들이 쪼그리고 앉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얼레지는 완전히 져 버렸고 깽깽이풀은 더러 싱싱한 개체들도 눈에 띈다. 몇 년 전 이 깽깽이풀을 보려고 논남기 계곡을 네 번이나 찾아왔던 기억이 새롭다.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등에 묘사된 풍경을 보고 왔다가 허탕치고 또 찾아왔다가 또 허탕치길 세 번이나 겪은 다음에야 비로서 자세한 설명을 보고 깽깽이풀 서식지를 발견했었다. 지금은 그 감동이 식었지만 처음으로 깽깽이풀을 보았을 때 야생에서 자라는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반했었다. 그 주변에는 들바람꽃, 꿩의바람꽃 등도 더러 보인다. 우리는 다시 계곡을 따라 가람펜션 주변에 피어 있는 애기송이풀을 만나러 갔다. 꽃 모양과 색깔이 아주 독특하다. 이파리는 고사리 같고 꽃은 어떤 환상속의 새의 부리처럼 생겼다. 연분홍인지 연자주빛인지 색은 또 왜 그리도 요염한지 정말 꽃의 세계는 인간의 이해 영역을 벗어난 신의 세계인 것 같다. 긴 겨울 눈도 많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던 기간이 길었기에 꽃들도 피는 시기를 조금 늦추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역시 자연의 섭리는 인간의 부질없는 상상을 초월한다. 꽃은 제 시간이 되면 그냥 피고 질뿐이다. 길가에 늘어선 벚나무도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날이 더워 계곡물에 풍덩 빠져보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마찬가지인 듯 펜션에 머물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물 속에 뛰어들면서 질러대는 고함소리가 명랑하다. 꽃 탐방으로 마치고 도로에 나오니 얼마 안 있어 목동에서 3시 30분에 출발한 버스가 온다. 화악산과 국망봉의 들머리인 용수동으로 갔다가 차를 돌려 목동에 도착하니 곧바로 이어서 가평역까지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럭저럭 복잡한 대중교통 망 속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꽃 탐방을 잘 마칠 수 있었다.

Hiking/Backpacking

Gapyeong-gun, Gyeonggi,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Apr 14, 2024 9:53 AM
duration : 5h 52m 18s
distance : 8.9 km
total_ascent : 188 m
highest_point : 513 m
avg_speed : 2.0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돌단풍, 들바람꽃, 깽깽이풀, 얼레지, 금붓꽃, 애기송이풀 #전반적으로 시기가 좀 늦었다. 해마다 봄만 되면 궁금해지는 논남기 계곡의 야생화를 찾아 춘천행 전철에 올랐다. 대중교통 연결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제는 시간표를 보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상봉역에서 7시 39분에 출발하는 춘천행 전철을 타면 가평역까지 한 시간쯤 걸린다. 가평역 앞에서 8시 45분 버스를 타고 북면 목동 터미널에 도착하여 9시 20에 용수동으로 가는 버스로 또 한 번 갈아탄다. 꽃을 보러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는 기나긴 여정이다. 그렇게 열 시가 다 되어서 강씨봉 휴양림에 도착하였다. 휴양림으로 들어가 계곡을 따라 걸었다. 길 가에 새로 심은 계수나무 새 잎이 햇빛을 받아 예쁘다. 층층나무 이파리도 새로 뾰족이 돋아나고 낙엽송이며 야광나무, 귀룽나무 등 모든 나무들이 잎을 피우느라 아우성이다. 가을 단풍이 예쁘다고 하지만 봄에 새로 피어나는 나뭇잎은 새 생명을 담고 있어 정말 처연하게 아름답다. 그 생명이 내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다. 길 가에 진달래는 벌써 절정을 이룬다. 꽃은 피어나는 게 아니라 스프링처럼 튀어서 터지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겨우내 그 작은 꽃 봉오리 속에 단단히 감추고 있다가 봄 볕에 부풀어 오르다가 마침내 한계점에 달하면 그냥 터져버리는 것이다. 매화말발도리 꽃도 이제 바야흐로 피어나는 중이다. 계곡의 바위에는 돌단풍이 무성하다. 먼저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운 다음 푸른 잎이 돋는데 언제 이렇게 계절이 바뀌었는지 돌단풍의 이파리는 마치 배춧잎처럼 활짝 펴져 있다. 잎 모양이 단풍잎처럼 생겼다고 돌단풍이라 부르는 꽃이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의 부인인 강씨가 귀양 와서 살았다고 하여 강씨봉이라 부르는 산 봉우리 아래 흐르는 계곡이 길고 깊어 수량이 풍부하다. 궁예의 부인 강 연화가 목욕을 했다는 연화소, 왕자들이 물놀이하며 놀았다는 왕자소 등 여기도 궁예와 그의 가족에 관한 전설이 면면이 흐른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다. 한낮이 되니 얼레지가 꽃잎을 활짝 들어올리고 꽃쟁이들을 유혹한다. “아니, 벌써 이렇게 봄이 지난 거야?” 꽃의 상태를 살펴보던 고인돌 형님은 속절없이 흐르는 계절의 덧없음에 놀란다. 올해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봄이 조금은 늦게까지 머물 것으로 행각했으나 하루 이틀 날씨가 다르더라도 큰 계절의 시간은 무심하게 흐른다. 얼레지 옆에는 들바람꽃이 무성하다. 이제 제비꽃은 종류별로 차레차례 피고 지면서 계절의 수레바퀴를 굴린다. 논남기 계곡 옛 기억을 더듬어 개울을 건너 깽깽이풀 군락지로 들어섰다. 몇몇 꽃쟁이들이 쪼그리고 앉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얼레지는 완전히 져 버렸고 깽깽이풀은 더러 싱싱한 개체들도 눈에 띈다. 몇 년 전 이 깽깽이풀을 보려고 논남기 계곡을 네 번이나 찾아왔던 기억이 새롭다.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등에 묘사된 풍경을 보고 왔다가 허탕치고 또 찾아왔다가 또 허탕치길 세 번이나 겪은 다음에야 비로서 자세한 설명을 보고 깽깽이풀 서식지를 발견했었다. 지금은 그 감동이 식었지만 처음으로 깽깽이풀을 보았을 때 야생에서 자라는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반했었다. 그 주변에는 들바람꽃, 꿩의바람꽃 등도 더러 보인다. 우리는 다시 계곡을 따라 가람펜션 주변에 피어 있는 애기송이풀을 만나러 갔다. 꽃 모양과 색깔이 아주 독특하다. 이파리는 고사리 같고 꽃은 어떤 환상속의 새의 부리처럼 생겼다. 연분홍인지 연자주빛인지 색은 또 왜 그리도 요염한지 정말 꽃의 세계는 인간의 이해 영역을 벗어난 신의 세계인 것 같다. 긴 겨울 눈도 많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던 기간이 길었기에 꽃들도 피는 시기를 조금 늦추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역시 자연의 섭리는 인간의 부질없는 상상을 초월한다. 꽃은 제 시간이 되면 그냥 피고 질뿐이다. 길가에 늘어선 벚나무도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날이 더워 계곡물에 풍덩 빠져보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마찬가지인 듯 펜션에 머물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물 속에 뛰어들면서 질러대는 고함소리가 명랑하다. 꽃 탐방으로 마치고 도로에 나오니 얼마 안 있어 목동에서 3시 30분에 출발한 버스가 온다. 화악산과 국망봉의 들머리인 용수동으로 갔다가 차를 돌려 목동에 도착하니 곧바로 이어서 가평역까지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럭저럭 복잡한 대중교통 망 속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꽃 탐방을 잘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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