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탐방 : 어리목 ~ 윗세오름 ~ 남벽분기점 ~ 영실

어리목 - 명칭유래 어리목은 ‘어리+목’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어리’는 18세기 중반의『증보탐라지』의 ‘빙담(氷潭: 어름소)’의 표기를 고려할 때 ‘어름’의 변음으로 보인다. ‘목’은 ‘통로 가운데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을 뜻하는 고유어이다. [출처] [제주 어리목]|작성자 꾹꾹이 택시에서 내려 보니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가늘게 빗방울도 떨어진다. 변화무쌍한 제주도의 날씨, 그것도 한라산의 날씨려니 이렇게 날이 궂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맑아지고,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가도 비가 내릴 수 있으니 대게 선문대 할망의 선처에 기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에 오대산에 갈 때 사서 입고 배낭에 넣어 두었던 비옷을 꺼내 입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빗방울이 거세진다. 비옷을 입었어도 가려지지 않은 부분이 젖어 들지만 평소 말라 있던 작은 계곡에서 물이 철철 넘쳐 흐르는 물소리와 비가 와서 어디에 가지도 못하고 나뭇가지 구석에 쳐박혀 괜히 암컷을 불러 대는 휘파람 새의 간지르는 노래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걱정하지 마. 그래도 한라산 얼굴은 보여 주실거야. 착한 일 많이 했으니깐…” 선문 할망이 누설한 천기(天氣)라도 읽은 듯 소산 형님은 한 마디 툭 던지고는 앞장서 올라가신다. 울창한 숲에는 주로 졸참나무, 신갈나무, 개서어나무, 서어나무,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등 오래 묵은 낙엽 활엽수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눈이 잔뜩 쌓여 있어서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왔던 길인데 지금 보니 또 다른 풍경이다. 울창한 수림이 끝나고 예전에 산불로 나무들이 타 죽어 훤하게 트이더니 이내 샘터가 나온다. 쇠 파이프에서는 물이 콸콸 쏟아진다. 그다지 목이 마르지는 않지만 시원한 맛에 한 바가지 가득 채워 마셨다. 사제비 동산을 지날 때는 비가 잦아 들고 안개가 짙게 낀다. 길 옆으로 얼굴을 비추는 철쭉꽃은 후줄근한 날씨 때문인지 힘없이 쳐져 있다. 산개벚찌 나무에 열매가 달렸다. 한라산은 고도에 따라 같은 종류의 나무라 하더라도 그 꽃피고 열매 맺는 시기가 많이 차이 난다. 만세동산을 지날 때도 여전히 안개가 너무 짙게 끼어서 시계가 50여 미터밖에 되지 않아 주변 경치는 볼 것이 없다. 그 대신 평소 말라 있는 개울과 평평한 늪 지대에 물이 차 있으니 그 광경을 보는 것도 재미 있다. 그렇게 한 참 올라가니 앞서 간 소산 형님이 길에 서서 나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한다. 그의 눈길과 손길 끝을 따라가 보니 큰 장닭만한 장끼 한 마리가 서서 주변을 기웃거린다. 멀리서 가끔 울어 대던 꿩 소리의 주인공이 이 눔인가? 우리가 길에 서서 사진을 찍고 우리 곁으로 여러 명의 탐방객들이 지나 가는데도 꿩은 동요하지 않고 품위 있는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12시 40분 어리목 탐방 안내소를 출발한 지 3 시간 만에 윗세오름에 도착하였다. 여전히 안개가 짙게 끼어 있다. 그나마 비는 내리지 않으니 다행이다. 공연장 관람석처럼 만들어 놓은 계단형 의자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둘 다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왔는데 조금 색다른 것이지만 다섯 줄 김밥은 양이 너무 많다. 콜라를 마시면서 김 밥 두 줄만 먹고 세 줄은 나중에 먹자며 다시 챙겨 넣었다. 안개가 조금씩 갠다. 윗세오름에서 돈내코 코스로 들어가는 것은 동절기 오후 1시 하절기 오후 2시가 마감이다. 이번에는 아주 여유롭게 남벽분기점까지 다녀올 수 있겠다. 한라산 분화구 화벽(火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코스다.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제일 앞자리에 앉아 파노라마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한라산 화구벽의 숨구멍까지 보일 만큼 아주 가깝다. 탐방로가 있는 아래쪽은 안개가 완전히 걷혔지만 한라산 정상 부위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안개가 서서히 날아가며 한라산의 얼굴을 덮고 있던 면사포를 벗겨주듯 펼쳐지는 광경은 신비롭기만 하다. 산 아래에 갓 피어난 철쭉은 화려하게 빛나고 빈 공간은 갓 피어난 초록빛 나뭇잎으로 채워져 있다. 길 가에는 아직 지지 않은 설앵초와 미나리아재비 그리고 가끔 콩제비와 노랑제비꽃이 눈길을 잡는다. 남벽 분기점 내가 사진을 몇 장 보내줬더니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보내준 아름다운 한라산의 사진이 옛날 다녀갔던 추억을 회상시킨다고 한다. 30년 전에는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을 거쳐 남벽을 타고 올라갔던 것 같다고 설명하는데 자세한 경로는 하도 오래 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한다. 남벽 분기점 주변에는 다른 데보다 유난히 철쭉꽃이 많이 피어 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건지 오전에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런건지 남벽 분기점 쉼터는 한산하다. 멀리서 뻐꾸기 우는 소리가 조금은 처량하게 들리고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맑게 개인 하늘에 한가롭게 흘러가는 구름과 살갗을 뚫을 듯이 쪼아 대는 햇볕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을 선사한다. 윗세족은오름 전망대 윗세오름에서 영실코스로 하산한다. 작년에는 아침 일찍 영실에서 올라왔으니 이번에는 늦은 오후의 선작지왓의 철쭉을 보려 함이다. 서쪽으로 기운 햇살을 받은 철쭉 붉은 꽃잎이 투명하게 반사되는 풍경이 아름답다. 윗세오름 정상에는 꽃이 아직 덜 피었지만 붉은 빛이 감도는 언덕의 모습도 그 나름 아름답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장면을 보았을 때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은 다 같은 것인가 보다. 윗세족은오름 전망대에 오르는 탐방객들의 입에서는 쉴 새 없이 탄성이 흘러나온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북받쳤을 대 입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다. 꽃과 새와 바람과 구름. 무엇 하나 놓치기 싫은 자연의 보물들이 내 몸을 휘감고 흐른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꿩과 노루가 희롱하고 이름도 모르는 새 소리는 내 눈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오후 4시가 되면 국립공원 직원이 내려가면서 탐방객들에게 하산을 독촉한다는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 발길을 떼어 놓는다. 영실기암 연극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에필로그를 보여주면 다른 영화 한 편을 덤으로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선작지왓을 지나 영실로 내려가는 가파른 계단 길 왼편으로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 있는데 그 모양이 병풍처럼 생겼다고 하여 병풍바위라고 부른다. 그 건너편 능선과 그 아래쪽에는 가지각색의 모양을 한 바위 능선이 펼쳐지는데 그 모양이 기묘하게 생겼다고 하여 영실기암 또는 오백나한 기암이라고 부른다. 늦은 오후 시간이라서 그런지 바다에서 생겨난 안개가 몰려오더니 그 아름다운 영실기암과 병풍바위를 삽시간에 가려 버린다. 이미 아름다운 철쭉과 멋진 한라산의 모습에 눈이 멀어버려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았던 터라 그런 안개 낀 영실 기암도 과분하다고 생각하면서 내려간다. 그런데 새 우는 소리에 장단이라도 맞추는 듯한 줄기 바람이 휘 불어오더니 그 두터운 안개를 천천히 날려 버리고 내 눈 앞에는 촉촉이 젖은 병풍바위와 방금 전에도 물이 흘러내렸을 영실기암의 작은 폭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욱 값진 선물 같은 풍경에 우리는 가만히 서서 한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 영실 기암에는 역시 제주도 수호신인 선문 할망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선문 할망에게는 500명의 아들이 있었다. 이 아들들이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선문 할망은 한라산 백록담 위에 큰 솥을 걸어 놓고 국을 끓이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아들들은 저녁에 돌아와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솥에 있는 국을 맛있게 먹었다. 제일 늦게 온 아들 한 명이 국물 속에 남아 있는 큰 뼈를 발견하고 그게 어머니의 뼈인 것을 알아 채고는 어머니의 고기를 먹은 형들과 함께 살 수 없다면서 홀로 차귀도에 가서 바위가 되었다. 나머지 아들들도 한라산에 올라가서 바위가 되었으니 이를 석가모니의 제자들인 500 나한에 비유하여 영실기암을 오백나한 또는 오백장군이라 부른다. 서귀포 소나무 숲 뒤로 비치는 저녁 햇살을 받으면서 저녁 6시 마침내 영실 탐방안내소에 도착하였다. 소산 형님은 제주 도두동에 있는 해수 찜질방으로 가자고 하는데 아직 내일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기에 나는 가까운 곳에서 잠을 자고 일정을 살펴보자고 하였다.

Hiking/Backpacking

Jeju, Jeju,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May 31, 2023 9:44 AM
duration : 8h 35m 6s
distance : 13.2 km
total_ascent : 918 m
highest_point : 1697 m
avg_speed : 1.8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어리목 - 명칭유래 어리목은 ‘어리+목’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어리’는 18세기 중반의『증보탐라지』의 ‘빙담(氷潭: 어름소)’의 표기를 고려할 때 ‘어름’의 변음으로 보인다. ‘목’은 ‘통로 가운데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중요하고 좁은 곳’을 뜻하는 고유어이다. [출처] [제주 어리목]|작성자 꾹꾹이 택시에서 내려 보니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가늘게 빗방울도 떨어진다. 변화무쌍한 제주도의 날씨, 그것도 한라산의 날씨려니 이렇게 날이 궂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맑아지고,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가도 비가 내릴 수 있으니 대게 선문대 할망의 선처에 기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에 오대산에 갈 때 사서 입고 배낭에 넣어 두었던 비옷을 꺼내 입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빗방울이 거세진다. 비옷을 입었어도 가려지지 않은 부분이 젖어 들지만 평소 말라 있던 작은 계곡에서 물이 철철 넘쳐 흐르는 물소리와 비가 와서 어디에 가지도 못하고 나뭇가지 구석에 쳐박혀 괜히 암컷을 불러 대는 휘파람 새의 간지르는 노래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걱정하지 마. 그래도 한라산 얼굴은 보여 주실거야. 착한 일 많이 했으니깐…” 선문 할망이 누설한 천기(天氣)라도 읽은 듯 소산 형님은 한 마디 툭 던지고는 앞장서 올라가신다. 울창한 숲에는 주로 졸참나무, 신갈나무, 개서어나무, 서어나무,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등 오래 묵은 낙엽 활엽수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눈이 잔뜩 쌓여 있어서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왔던 길인데 지금 보니 또 다른 풍경이다. 울창한 수림이 끝나고 예전에 산불로 나무들이 타 죽어 훤하게 트이더니 이내 샘터가 나온다. 쇠 파이프에서는 물이 콸콸 쏟아진다. 그다지 목이 마르지는 않지만 시원한 맛에 한 바가지 가득 채워 마셨다. 사제비 동산을 지날 때는 비가 잦아 들고 안개가 짙게 낀다. 길 옆으로 얼굴을 비추는 철쭉꽃은 후줄근한 날씨 때문인지 힘없이 쳐져 있다. 산개벚찌 나무에 열매가 달렸다. 한라산은 고도에 따라 같은 종류의 나무라 하더라도 그 꽃피고 열매 맺는 시기가 많이 차이 난다. 만세동산을 지날 때도 여전히 안개가 너무 짙게 끼어서 시계가 50여 미터밖에 되지 않아 주변 경치는 볼 것이 없다. 그 대신 평소 말라 있는 개울과 평평한 늪 지대에 물이 차 있으니 그 광경을 보는 것도 재미 있다. 그렇게 한 참 올라가니 앞서 간 소산 형님이 길에 서서 나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한다. 그의 눈길과 손길 끝을 따라가 보니 큰 장닭만한 장끼 한 마리가 서서 주변을 기웃거린다. 멀리서 가끔 울어 대던 꿩 소리의 주인공이 이 눔인가? 우리가 길에 서서 사진을 찍고 우리 곁으로 여러 명의 탐방객들이 지나 가는데도 꿩은 동요하지 않고 품위 있는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12시 40분 어리목 탐방 안내소를 출발한 지 3 시간 만에 윗세오름에 도착하였다. 여전히 안개가 짙게 끼어 있다. 그나마 비는 내리지 않으니 다행이다. 공연장 관람석처럼 만들어 놓은 계단형 의자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둘 다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왔는데 조금 색다른 것이지만 다섯 줄 김밥은 양이 너무 많다. 콜라를 마시면서 김 밥 두 줄만 먹고 세 줄은 나중에 먹자며 다시 챙겨 넣었다. 안개가 조금씩 갠다. 윗세오름에서 돈내코 코스로 들어가는 것은 동절기 오후 1시 하절기 오후 2시가 마감이다. 이번에는 아주 여유롭게 남벽분기점까지 다녀올 수 있겠다. 한라산 분화구 화벽(火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코스다.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제일 앞자리에 앉아 파노라마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한라산 화구벽의 숨구멍까지 보일 만큼 아주 가깝다. 탐방로가 있는 아래쪽은 안개가 완전히 걷혔지만 한라산 정상 부위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안개가 서서히 날아가며 한라산의 얼굴을 덮고 있던 면사포를 벗겨주듯 펼쳐지는 광경은 신비롭기만 하다. 산 아래에 갓 피어난 철쭉은 화려하게 빛나고 빈 공간은 갓 피어난 초록빛 나뭇잎으로 채워져 있다. 길 가에는 아직 지지 않은 설앵초와 미나리아재비 그리고 가끔 콩제비와 노랑제비꽃이 눈길을 잡는다. 남벽 분기점 내가 사진을 몇 장 보내줬더니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보내준 아름다운 한라산의 사진이 옛날 다녀갔던 추억을 회상시킨다고 한다. 30년 전에는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을 거쳐 남벽을 타고 올라갔던 것 같다고 설명하는데 자세한 경로는 하도 오래 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한다. 남벽 분기점 주변에는 다른 데보다 유난히 철쭉꽃이 많이 피어 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건지 오전에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런건지 남벽 분기점 쉼터는 한산하다. 멀리서 뻐꾸기 우는 소리가 조금은 처량하게 들리고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맑게 개인 하늘에 한가롭게 흘러가는 구름과 살갗을 뚫을 듯이 쪼아 대는 햇볕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을 선사한다. 윗세족은오름 전망대 윗세오름에서 영실코스로 하산한다. 작년에는 아침 일찍 영실에서 올라왔으니 이번에는 늦은 오후의 선작지왓의 철쭉을 보려 함이다. 서쪽으로 기운 햇살을 받은 철쭉 붉은 꽃잎이 투명하게 반사되는 풍경이 아름답다. 윗세오름 정상에는 꽃이 아직 덜 피었지만 붉은 빛이 감도는 언덕의 모습도 그 나름 아름답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장면을 보았을 때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은 다 같은 것인가 보다. 윗세족은오름 전망대에 오르는 탐방객들의 입에서는 쉴 새 없이 탄성이 흘러나온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북받쳤을 대 입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다. 꽃과 새와 바람과 구름. 무엇 하나 놓치기 싫은 자연의 보물들이 내 몸을 휘감고 흐른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꿩과 노루가 희롱하고 이름도 모르는 새 소리는 내 눈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오후 4시가 되면 국립공원 직원이 내려가면서 탐방객들에게 하산을 독촉한다는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 발길을 떼어 놓는다. 영실기암 연극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에필로그를 보여주면 다른 영화 한 편을 덤으로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선작지왓을 지나 영실로 내려가는 가파른 계단 길 왼편으로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 있는데 그 모양이 병풍처럼 생겼다고 하여 병풍바위라고 부른다. 그 건너편 능선과 그 아래쪽에는 가지각색의 모양을 한 바위 능선이 펼쳐지는데 그 모양이 기묘하게 생겼다고 하여 영실기암 또는 오백나한 기암이라고 부른다. 늦은 오후 시간이라서 그런지 바다에서 생겨난 안개가 몰려오더니 그 아름다운 영실기암과 병풍바위를 삽시간에 가려 버린다. 이미 아름다운 철쭉과 멋진 한라산의 모습에 눈이 멀어버려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았던 터라 그런 안개 낀 영실 기암도 과분하다고 생각하면서 내려간다. 그런데 새 우는 소리에 장단이라도 맞추는 듯한 줄기 바람이 휘 불어오더니 그 두터운 안개를 천천히 날려 버리고 내 눈 앞에는 촉촉이 젖은 병풍바위와 방금 전에도 물이 흘러내렸을 영실기암의 작은 폭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욱 값진 선물 같은 풍경에 우리는 가만히 서서 한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 영실 기암에는 역시 제주도 수호신인 선문 할망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선문 할망에게는 500명의 아들이 있었다. 이 아들들이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선문 할망은 한라산 백록담 위에 큰 솥을 걸어 놓고 국을 끓이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아들들은 저녁에 돌아와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솥에 있는 국을 맛있게 먹었다. 제일 늦게 온 아들 한 명이 국물 속에 남아 있는 큰 뼈를 발견하고 그게 어머니의 뼈인 것을 알아 채고는 어머니의 고기를 먹은 형들과 함께 살 수 없다면서 홀로 차귀도에 가서 바위가 되었다. 나머지 아들들도 한라산에 올라가서 바위가 되었으니 이를 석가모니의 제자들인 500 나한에 비유하여 영실기암을 오백나한 또는 오백장군이라 부른다. 서귀포 소나무 숲 뒤로 비치는 저녁 햇살을 받으면서 저녁 6시 마침내 영실 탐방안내소에 도착하였다. 소산 형님은 제주 도두동에 있는 해수 찜질방으로 가자고 하는데 아직 내일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기에 나는 가까운 곳에서 잠을 자고 일정을 살펴보자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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