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완택산 탐방

작년 여름 영월에 있는 잣봉과 어라연을 가면서 완택산을 지나갔는데 산줄기 산행을 즐겨하는 설산 님이 다음에 가보자고 했던 산이 완택산이었다. 이번 겨울 추울 때 혹시 동강이 얼었으면 얼음 탐방을 겸해서 산행을 하자고 제안하니 그곳 지리를 잘 아는 소산 형님이 동강 얼음 트레킹과 완택산 산행을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청량리에서 7시 35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영월 역으로 가기로 하고 느긋하게 아침밥까지 먹고 집을 나섰는데 내가 열차 출발하는 시간을 잘 못 알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간발의 차이로 천호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을 놓치고 나니 다음 차를 타면 7시 45분에 도착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다음 역에서 하차하여 택시를 타고 서둘러 청량리 역으로 달려야 했다. 택시가 드물어 금방 잡히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새벽에 교통량이 많지 않아 7시 26분에 청량리 역에 도착하였다. 영월 역에 도착하니 역 앞에 택시가 길게 줄 서 있다. 작년에는 자동차를 타고 왔었기에 여유 있게 다녔는데 이번에는 주변을 둘러볼 새도 없이 곧장 완택산 들머리로 향한다. 동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탑스 텐 (TOPS TEN) 리조트’ 가 보이는 완택산 들머리에서 택시를 내려 임도를 따라 골짜기로 들어갔다. 벌써 보이 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포근한 날씨다. 계곡물은 얼어 있지만 그 밖의 산비탈이나 능선길은 온통 마른 낙엽으로 덮여 있다. 계곡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가 사람 다닌 흔적이 점차 흐려지고 계곡의 경사가 심해지기에 우리는 오른쪽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기로 했다. 산비탈이 무척 가파르다. 나무를 잡으며 한참 올라가니 능선이 나타난다. 그리고 경사가 완만한 넓고 펑퍼짐한 땅이 나타나는데 군데 군데 작은 돌을 길게 쌓아 놓은 담장이 보인다. 우리는 아마 화전민들이 살던 터전일거라고 생각하며 계속 올라가는데 그런 돌담이 층층이 나타난다. 이런 깊은 산 속에 정말로 사람들이 들어와 살았을까? 예전에는 우리나라 전국에 화전민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달리 농사지을 땅이 없는 사람들은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을 수 있었으나 절대적으로 농지가 부족하던 시절이니 소작농들의 삶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니 육체적으로 힘들더라도 이렇게 주인 없는 땅에 들어와 나무를 베어내고 개간하여 자기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후 1968년 울진 삼척 지구 무장간첩 남파 사건이 일어난 이후 정부에서는 화전(火田)을 금지했다. 산 속에 살던 사람들을 모두 마을로 내려와 살도록 했다. 이 완택산에 있는 돌 담 주변 나무들을 보건데 수령이 50년은 분명 넘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이 곳에서 그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화전을 일구다가 70년대쯤 내려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중에 등산 안내도에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 곳에 성(城) 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 돌담처럼 보이는 이것이 지도에 언급된 성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세먼지 때문에 멀리 있는 산들이 흐릿하게 보인다. 어느 게 무슨 산인지 살펴볼 수도 없다. 설산이 지도와 비교해보더니 가까이 보이는 산이 응복산이라고 알려준다. 산 능선에는 줄기산행을 다닌 사람들의 흔적이 제법 뚜렷이 나타난다. 음지에는 눈도 제법 남아 있지만 양지쪽에는 어디선가 노랑나비가 날아들 것처럼 날씨가 포근하다. 낙엽을 젖히면 솜털이 보송보송한 노루귀 꽃이 피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등줄기에 땀이 조로록 흐른다. 완택산(莞澤山 916 m) 영월군 연하리와 삼옥리 사이에 있는 산이다. 동고서저(東高西低)형태로 되어 있어 동강이 흐르는 삼옥리쪽은 급격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반대편 연하리쪽은 비교적 완만하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전란시에는 영월군민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왕골 완(莞)자에 습지 택(澤)자를 쓰는 완택산의 산 이름 유래는 유추할 수 없다. 설마 이 산 중턱의 펑퍼짐한 곳이 습지여서 그 곳에 왕골을 심어 돗자리를 짰을 개연성은 거의 희박하다.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산줄기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나 찾아 가는 그런 산이다. 그런데 힘들게 올라간 산 봉우리 정상에 작은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벽계(碧溪) 정진수라는 사람이 글씨를 쓴 것인지 그의 이름이 적혀 있다. 오후 1시 30분이 지났으나 올라오는 길에 간식을 먹어서 그런지 배는 고프지 않으나 때가 되었으니 조망 좋은 곳에 앉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니 헬기장이 보이는데 언뜻 생각에 그 곳에 가면 사방이 트여 조망이 좋을 것 같다. 헬기장이 있는 능선길은 고고산으로 이어진다. 700 미터 떨어져 있다는 길 안내판을 따라 헬기장으로 가려 했으나 시간을 계산해보니 고고산까지 이어서 산행하기에는 겨울 해가 너무 짧을 것 같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고산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멀어져 완만한 반대편 능선을 따라 하산길에 올랐다. 그 중간에 동강 백운산이 흐릿하게 보이는 조망처에 자리를 잡고 집에서 싸준 볶음밥과 떡으로 점심을 먹었다. 능선길에는 소나무가 장관이다. 오래 묵은 소나무는 두꺼운 거북껍질에서 고고함이 묻어난다. 대충 백 여년은 넘었을 거라 짐작해 본다. 산길은 편안하고 금방 동강이 있는 연하리 마을이 나타날 것 같다. 이 반대편으로 아침에 올라갈 때 힘들었던 것과 비교하니 하산길이 너무 편안해서 웃음이 나온다. 원점 회귀하여 산을 내려오니 먼저 내려온 소산 형님이 벌써 택시를 불러 놓았다. 영월 역에 가서 5시 44분발 열차표를 예매하고 나니 30분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 역에서 가까운 동강으로 내려갔다. 비교적 잔잔하고 넓은 강물이 두텁게 얼어 있어 해가 질 때까지 얼음 위에서 놀았다. 봉래산과 계족산이 보이는 영월읍은 작은 도시다. 옛날 강 상류에서 뗏목을 타고 내려온 뗏꾼들이 쉬어 가던 중간 기착지였다. 영월역에서 동강으로 가는 골목 담벼락에는 옛날 뗏꾼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그려 놓은 벽화가 이목을 끈다.

Hiking/Backpacking

Yeongwol-gun, Gangwon,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Jan 23, 2022 10:25 AM
duration : 6h 5m 39s
distance : 8.6 km
total_ascent : 870 m
highest_point : 983 m
avg_speed : 1.8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작년 여름 영월에 있는 잣봉과 어라연을 가면서 완택산을 지나갔는데 산줄기 산행을 즐겨하는 설산 님이 다음에 가보자고 했던 산이 완택산이었다. 이번 겨울 추울 때 혹시 동강이 얼었으면 얼음 탐방을 겸해서 산행을 하자고 제안하니 그곳 지리를 잘 아는 소산 형님이 동강 얼음 트레킹과 완택산 산행을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청량리에서 7시 35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영월 역으로 가기로 하고 느긋하게 아침밥까지 먹고 집을 나섰는데 내가 열차 출발하는 시간을 잘 못 알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간발의 차이로 천호역에서 출발하는 지하철을 놓치고 나니 다음 차를 타면 7시 45분에 도착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다음 역에서 하차하여 택시를 타고 서둘러 청량리 역으로 달려야 했다. 택시가 드물어 금방 잡히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새벽에 교통량이 많지 않아 7시 26분에 청량리 역에 도착하였다. 영월 역에 도착하니 역 앞에 택시가 길게 줄 서 있다. 작년에는 자동차를 타고 왔었기에 여유 있게 다녔는데 이번에는 주변을 둘러볼 새도 없이 곧장 완택산 들머리로 향한다. 동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탑스 텐 (TOPS TEN) 리조트’ 가 보이는 완택산 들머리에서 택시를 내려 임도를 따라 골짜기로 들어갔다. 벌써 보이 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포근한 날씨다. 계곡물은 얼어 있지만 그 밖의 산비탈이나 능선길은 온통 마른 낙엽으로 덮여 있다. 계곡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가 사람 다닌 흔적이 점차 흐려지고 계곡의 경사가 심해지기에 우리는 오른쪽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기로 했다. 산비탈이 무척 가파르다. 나무를 잡으며 한참 올라가니 능선이 나타난다. 그리고 경사가 완만한 넓고 펑퍼짐한 땅이 나타나는데 군데 군데 작은 돌을 길게 쌓아 놓은 담장이 보인다. 우리는 아마 화전민들이 살던 터전일거라고 생각하며 계속 올라가는데 그런 돌담이 층층이 나타난다. 이런 깊은 산 속에 정말로 사람들이 들어와 살았을까? 예전에는 우리나라 전국에 화전민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달리 농사지을 땅이 없는 사람들은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을 수 있었으나 절대적으로 농지가 부족하던 시절이니 소작농들의 삶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니 육체적으로 힘들더라도 이렇게 주인 없는 땅에 들어와 나무를 베어내고 개간하여 자기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후 1968년 울진 삼척 지구 무장간첩 남파 사건이 일어난 이후 정부에서는 화전(火田)을 금지했다. 산 속에 살던 사람들을 모두 마을로 내려와 살도록 했다. 이 완택산에 있는 돌 담 주변 나무들을 보건데 수령이 50년은 분명 넘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이 곳에서 그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화전을 일구다가 70년대쯤 내려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중에 등산 안내도에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 곳에 성(城) 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 돌담처럼 보이는 이것이 지도에 언급된 성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세먼지 때문에 멀리 있는 산들이 흐릿하게 보인다. 어느 게 무슨 산인지 살펴볼 수도 없다. 설산이 지도와 비교해보더니 가까이 보이는 산이 응복산이라고 알려준다. 산 능선에는 줄기산행을 다닌 사람들의 흔적이 제법 뚜렷이 나타난다. 음지에는 눈도 제법 남아 있지만 양지쪽에는 어디선가 노랑나비가 날아들 것처럼 날씨가 포근하다. 낙엽을 젖히면 솜털이 보송보송한 노루귀 꽃이 피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등줄기에 땀이 조로록 흐른다. 완택산(莞澤山 916 m) 영월군 연하리와 삼옥리 사이에 있는 산이다. 동고서저(東高西低)형태로 되어 있어 동강이 흐르는 삼옥리쪽은 급격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반대편 연하리쪽은 비교적 완만하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전란시에는 영월군민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왕골 완(莞)자에 습지 택(澤)자를 쓰는 완택산의 산 이름 유래는 유추할 수 없다. 설마 이 산 중턱의 펑퍼짐한 곳이 습지여서 그 곳에 왕골을 심어 돗자리를 짰을 개연성은 거의 희박하다.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산줄기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나 찾아 가는 그런 산이다. 그런데 힘들게 올라간 산 봉우리 정상에 작은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벽계(碧溪) 정진수라는 사람이 글씨를 쓴 것인지 그의 이름이 적혀 있다. 오후 1시 30분이 지났으나 올라오는 길에 간식을 먹어서 그런지 배는 고프지 않으나 때가 되었으니 조망 좋은 곳에 앉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니 헬기장이 보이는데 언뜻 생각에 그 곳에 가면 사방이 트여 조망이 좋을 것 같다. 헬기장이 있는 능선길은 고고산으로 이어진다. 700 미터 떨어져 있다는 길 안내판을 따라 헬기장으로 가려 했으나 시간을 계산해보니 고고산까지 이어서 산행하기에는 겨울 해가 너무 짧을 것 같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고산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멀어져 완만한 반대편 능선을 따라 하산길에 올랐다. 그 중간에 동강 백운산이 흐릿하게 보이는 조망처에 자리를 잡고 집에서 싸준 볶음밥과 떡으로 점심을 먹었다. 능선길에는 소나무가 장관이다. 오래 묵은 소나무는 두꺼운 거북껍질에서 고고함이 묻어난다. 대충 백 여년은 넘었을 거라 짐작해 본다. 산길은 편안하고 금방 동강이 있는 연하리 마을이 나타날 것 같다. 이 반대편으로 아침에 올라갈 때 힘들었던 것과 비교하니 하산길이 너무 편안해서 웃음이 나온다. 원점 회귀하여 산을 내려오니 먼저 내려온 소산 형님이 벌써 택시를 불러 놓았다. 영월 역에 가서 5시 44분발 열차표를 예매하고 나니 30분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 역에서 가까운 동강으로 내려갔다. 비교적 잔잔하고 넓은 강물이 두텁게 얼어 있어 해가 질 때까지 얼음 위에서 놀았다. 봉래산과 계족산이 보이는 영월읍은 작은 도시다. 옛날 강 상류에서 뗏목을 타고 내려온 뗏꾼들이 쉬어 가던 중간 기착지였다. 영월역에서 동강으로 가는 골목 담벼락에는 옛날 뗏꾼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그려 놓은 벽화가 이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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