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4) 세석 청학동

한신으로 하산을 할 지 연하선경을 보고 백무동으로 갈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가보지 않은 길이 가고 싶어져서 급 청학동으로 결정했다. 늦장부리다가 6시 10분 쯤 출발했는데 이 쪽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으스스한 느낌으로 걷다보니 음양수가 나왔는데 바닥에 물이 있어서 그런지 떠 먹기 저어했다. 음양사랑 발음도 비슷하고... 바람도 너무 차고 길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낙엽이 다 젖어있고 갈수록 이것이 길인지 그냥 흙인지 바위인지 모를 곳들이 나와서 오늘 서울 갈 수 있을까 라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사람도 동물도 다 괜찮은데 귀신이 때때로 무섭다. 갑자기 연하천대피소에 귀신이 많다 하던 친구어머님의 말씀이 생각이 나고 어렸을 때 봤던 태국 공포영화에 어깨에 귀신이 매달려있던 장면이 떠올라서 아무도 날 괴롭히지 않는데 혼자 소름끼쳐하는 중에 귀엽게 생기신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를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 분들은 쌍계사까지 즐기면서 가신다했다. 잠시 담소를 나누고 먼저 출발했는데 그 후로 삼신봉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했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 사람의 힘이 참 크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 거미줄이 정말 많았다. 최소 50번도 넘게 끊었다. 나중에는 거미줄을 끊느라 계속 스틱을 휘두르면서 다녀서 멀리서보면 미친사람 같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어르신들 제가 거미줄 다 끊었어요) 세석에서 4km까지는 험한 구간도 많고 난이도도 꽤 높아서 힘들었는데 4km에서 1.5km정도까지는 아주 무난하고 이쁜 오솔길이 이어졌다. 나는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산행에선 꽤 꽃사진을 찍었다. 유독 예쁜 꽃들이 많았다. 삼신봉에서는 지리산 주능선을 다 볼 수 있었는데 내가 걸어온 노고단부터 세석까지의 길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작년에 치밭목에서 중봉을 엄청 힘들게 올라갔었는데 그 중봉도 보였다. 이번에 가지못해 아쉬운 천왕봉에게 인사를 날리며 12시20분 버스를 타기위해 서둘러 내려왔다. 삼신봉에서 청학동까지 내리막이 위의 능선에 있는 거친 바위 길일까봐 걱정했는데 아주 무난한 내리막길이었다. 가야산의 용기골 코스같은 느낌으로 돌이 적절하게 배치가 되어 힘들지 않게 내려갈 수 있었다. 버스는 12시 20분에 출발해서 군청쪽에는 1시10분쯤 도착했다. 내려서 평점높은 곳에서 돼지국밥을 먹었는데 아주 괜찮았고, 덕천탕 이란 곳에서 씻었는데 세상 본 적 없는 아날로그적인 시설이었지만 탕에 나 밖에 없었고 모든 것을 이해할 만한 가격이었다. 씻은 후 걸어서 하동교통쉼터에 가서 3시에 남부터미널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3박4일 힘들어도 좋은 시간이었다. 몰랐던 지리산을 알고 또 몰랐던 나를 만나는 시간들이다. 사람들이 조금은 더 사랑스러워지고 또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해졌다. 지리산을 오기 전보다는 아주 약간 더 지혜로워진 걸지도 모른다.

Hiking/Backpacking

하동버스비 100원 (그냥 복지인가보다) 덕천탕 6000원 백년국밥 돼지고기가 고소함
Sancheong-gun, Gyeongsangnam-do, South Korea
chogeni photo
time : May 23, 2025 6:07 AM
duration : 5h 39m 33s
distance : 9.8 km
total_ascent : 364 m
highest_point : 1590 m
avg_speed : 1.9 km/h
user_id : chogeni
user_firstname : 세은
user_lastname : 박
한신으로 하산을 할 지 연하선경을 보고 백무동으로 갈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가보지 않은 길이 가고 싶어져서 급 청학동으로 결정했다. 늦장부리다가 6시 10분 쯤 출발했는데 이 쪽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으스스한 느낌으로 걷다보니 음양수가 나왔는데 바닥에 물이 있어서 그런지 떠 먹기 저어했다. 음양사랑 발음도 비슷하고... 바람도 너무 차고 길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낙엽이 다 젖어있고 갈수록 이것이 길인지 그냥 흙인지 바위인지 모를 곳들이 나와서 오늘 서울 갈 수 있을까 라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사람도 동물도 다 괜찮은데 귀신이 때때로 무섭다. 갑자기 연하천대피소에 귀신이 많다 하던 친구어머님의 말씀이 생각이 나고 어렸을 때 봤던 태국 공포영화에 어깨에 귀신이 매달려있던 장면이 떠올라서 아무도 날 괴롭히지 않는데 혼자 소름끼쳐하는 중에 귀엽게 생기신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를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 분들은 쌍계사까지 즐기면서 가신다했다. 잠시 담소를 나누고 먼저 출발했는데 그 후로 삼신봉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했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 사람의 힘이 참 크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 거미줄이 정말 많았다. 최소 50번도 넘게 끊었다. 나중에는 거미줄을 끊느라 계속 스틱을 휘두르면서 다녀서 멀리서보면 미친사람 같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어르신들 제가 거미줄 다 끊었어요) 세석에서 4km까지는 험한 구간도 많고 난이도도 꽤 높아서 힘들었는데 4km에서 1.5km정도까지는 아주 무난하고 이쁜 오솔길이 이어졌다. 나는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산행에선 꽤 꽃사진을 찍었다. 유독 예쁜 꽃들이 많았다. 삼신봉에서는 지리산 주능선을 다 볼 수 있었는데 내가 걸어온 노고단부터 세석까지의 길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작년에 치밭목에서 중봉을 엄청 힘들게 올라갔었는데 그 중봉도 보였다. 이번에 가지못해 아쉬운 천왕봉에게 인사를 날리며 12시20분 버스를 타기위해 서둘러 내려왔다. 삼신봉에서 청학동까지 내리막이 위의 능선에 있는 거친 바위 길일까봐 걱정했는데 아주 무난한 내리막길이었다. 가야산의 용기골 코스같은 느낌으로 돌이 적절하게 배치가 되어 힘들지 않게 내려갈 수 있었다. 버스는 12시 20분에 출발해서 군청쪽에는 1시10분쯤 도착했다. 내려서 평점높은 곳에서 돼지국밥을 먹었는데 아주 괜찮았고, 덕천탕 이란 곳에서 씻었는데 세상 본 적 없는 아날로그적인 시설이었지만 탕에 나 밖에 없었고 모든 것을 이해할 만한 가격이었다. 씻은 후 걸어서 하동교통쉼터에 가서 3시에 남부터미널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3박4일 힘들어도 좋은 시간이었다. 몰랐던 지리산을 알고 또 몰랐던 나를 만나는 시간들이다. 사람들이 조금은 더 사랑스러워지고 또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해졌다. 지리산을 오기 전보다는 아주 약간 더 지혜로워진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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