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ongju-si, Gyeongsangbuk-do, South Korea
time : Feb 17, 2020 10:10 AM
duration : 8h 10m 46s
distance : 24.9 km
total_ascent : 1858 m
highest_point : 1468 m
avg_speed : 3.2 km/h
user_id : nihaomh
user_firstname :
user_lastname :
근속휴가라 평일 백두대간 산행을 했는데, 평일 백두대간 산행은 처음이다. 퇴직하면 많아지겠지.
접속구간인 좌석리 고치령을 트럭으로 이동한다고 했는데 눈이 많이 와서 트럭이 못 올라 간다고 코스를 삼가주차장에서 비로봉 국망봉 찍고 원점회귀로 하자고 하는데 일부가 좌석리에서 걸어가겠다고 하기에 나도 동참했다.
셋이 내렸다. 젊은 여자 하나, 남자 하나, 나 이렇게. 이 둘이 산행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나중에 여자가 배낭 정리할 때 보니 northface 100k finisher 라고 쓰인 재킷을 입고 있었다. 100km 산악마라톤 완주자였구나, 어쩐지 날아다니더라.
고치령부터 비로봉까지는 우리 셋밖에 없었고 막 눈이 내렸기에 러셀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잘 타는 둘 덕분에 나는 뒤따라갔다. 그래도 비로봉 근처에 와서는 너무 힘이 들었다. 배가 고픈데 에너지바를 깨물었는데 먹기가 싫었다. 아, 탈진의 전조증상인데... 일부러 꾸역꾸역 씹어 넘겼다. 비로봉 900m를 남겨두고 둘과 많이 떨어져서 혼자 천천히 걷는데 계속 힘이 들었고, 비로봉 근처의 칼바람에 춥고 띵해지기까지 했다. 산에서 이러다가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들었다. 일부러 정신을 다잡고 걸어서 비로봉에 도착했는데 엄청 추운데 카메라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추워서 사진 안 찍고 삼가주차장 방향으로 그냥 내려갔다. 기다리는 사람 많아서 안 찍은 적은 있어도 추워서 안 찍은 적은 없었는데.
앞으로 산행에는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겠다. 오늘 비상식도 별로 없었고, 방한용품도 별로 없었다. 안전불감증이 생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