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아이젠.
Hamyang-gun, Gyeongsangnam-do, South Korea
time : Feb 23, 2025 8:24 AM
duration : 4h 0m 35s
distance : 7.3 km
total_ascent : 887 m
highest_point : 1536 m
avg_speed : 2.3 km/h
user_id : csh330
user_firstname : 상훈
user_lastname : 최
영각사 주차장 - 영각탐방지원센터 - 남덕유산 (원점 회귀)
아이젠만 부르짖다가 끝난 산행.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근래에 눈이 많이 와서 폭신한 눈 한 번 더 밟아보려고 덕유산 한 번 더 가자 생각했는데 눈이 진짜 엄청 왔는지 동엽령 코스가 통제더라. 아쉬운 마음에 평소엔 별로 관심 없던 남덕유산 검색해보니 여기도 설경이 너무너무 멋있지만 바로 앞 덕유산 덕분에 사람이 별로 몰리지 않는다네. 나도 아마 덕유산 놔두고 남덕유산을 또 찾을 것 같지는 않고 이번이 기회다 싶어서 바로 출발. 그런데 목적지를 너무 급하게 변경해서 그런지 영각사 주차장 도착해서 신발 갈아신다가 아이젠이 없다는 걸 깨달아버림. 어젯밤 식탁 위에 고이 모셔놨는데 지금도 식탁 위에서 계속 고이 쉬고 계시겠지. 눈과 얼음 한복판에 서서 한 3분간 멍때리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손을 발 같이 써서라도 올라가는 게 맞다고 멍청한 결론을 내려버림. 또 가능하다면 탐방지원센터에서 빌려보자고. 영각사 주차장에서 영각탐방지원센터까지 내린 눈이 고대로 다져진 길은 보자마자 흠칫했는데 초등학생 때 약간 쌓아 놓았던 아이스링크 경험치를 억지로 되살려 열심히 미끄러져갔다. 이래서 뭐든 경험이 중요한가보다. 하 근데...탐방지원센터 근무자님께서 순찰 중이셨고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유리문 안쪽에 아이젠이 몇 개 쌓여있던데...아 손만 뻗으면 아이젠 5개는 잡아올 수 있을 것 같은데 ㅠㅠㅠㅠㅠ 화장실도 가고 몸도 좀 도 풀고 하면서 20여분 정도 기다리다가 내 몸을 좀 더 믿어보자는 느낌으로 등산 시작. 올라가는 내내 사람들 발 밖에 안보였는데 멍청한 사람은 나 하나뿐이라 다행이었다. 등산로도 단순하고 나름 긴장하면서 천천히 올라간 덕분인지 한 번도 안 넘어지고 무사히 정상에 도착했는데 올라오는 동안 잠잠했던 강풍이 갑자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사진 찍으려고 장갑을 벗자마자 손이 얼어붙는 느낌으로. 모자도 날라가서 헤어질 뻔 했지만 미련이 남았는지 나뭇가지에 걸려주길래 다시 만나버렸다. 바람이 구름까지 잔뜩 몰고왔는지 덕유산 쪽은 아예 곰탕에 담가버리길래 조망은 포기했었는데, 그래도 버티면서 조금 기다리니 밀당하듯 조금씩 보여주긴 하더라. 이거라도 감사합니다 ㅠ 추위를 더는 못 참고 서둘러 하산하는데 도대체 아이젠 없이 어떻게 올라왔는지 신기했을만큼 수도 없이 미끄러졌다 ㅉ 그래도 나름 남덕유산 설경이란 걸 보고 경험했으니 한동안은 찾지 않아도 될 듯. 아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