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aniikawa County, Toyama Prefecture, Japan
time : Jun 10, 2025 10:13 AM
duration : 0h 35m 33s
distance : 0.5 km
total_ascent : 90 m
highest_point : 2424 m
avg_speed : 0.9 km/h
user_id : chogeni
user_firstname : 세은
user_lastname : 박
비가 많이 왔다. 일본 날씨 예보인 tenki.jp는 꽤 잘 맞춘다고 하던데... 예보상으로는 오후부터 비가 와서 밤새 내내 온다고 했는데 새벽 4시부터 비가 와서 잠이 깼다. 우리 텐트 옆에는 동남아쪽 어려보이는 청년 둘이 텐트를 쳤는데 어느 나라인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 아이들이 저녁에 버터에 뭘 구워먹는지 버터냄새가 진동을 했다. 나도 한국에 돌아가면 대피소에서 꼭 한 번 버터에 빵이라도 구워먹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침에 꼭 구워야지.
안개가 자욱하고 비 때문에 눈이 녹아 걷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등산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도야마로 내려가서 도야마 시내 관광을 하고 호텔에서 잘 지 아니면 산장에서 잘 지를 결정해야 했다.
비가 오는 와중에 텐트를 정리하고 짐을 지고 비바람을 헤치고 산장에 가니 도야마에 갈 의욕이 도저히 들지 않았기 때문에 식사 포함 1인 12000엔을 주고 산장에 묵기로 결정을 했다.
라이초산장은 북알프스 산장에 제일 시설이 좋은 산장이라더니 정말 좋긴 했다. 지금까지 야리가다케/야리사와/스고로쿠/구쥬산홋케인 이렇게 가봤는데 그 중에서 식사, 온천, 청소상태, 친절함 등 모든게 가장 나아서 돈이 안아까웠다.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어서 충전을 할 수 있었고 2층 침대 형식인데 커텐으로 각자의 공간을 분리할 수 있었고 또 각자 침대에 스탠드가 있어서 불도 따로 킬 수 있다. 젖은 옷을 건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젖은 텐트와 물건들을 다 말릴 수 있었다. 그리고 온천 역시 넓고 탕도 2개나 있고 심지어 비누와 샴푸도 쓸 수 있다. 그리고 큰 통 창문이 있어서 밖의 경치를 보며 온천을 할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온천이라고 한다.
매점에서는 카레 규동 피자를 1100엔에 팔고 있었고(11-7시까지 운영) 컵라면 과자도 파는데 야리가다케 쪽 보다 100-200엔 정도 저렴했다. 캔맥주는 500엔, 콜라나 음료수는 300엔이다. 아마도 도야마쪽으로 차로 운반이 가능하니 조금 더 저렴하지 않나 싶다.
저녁식사는 사람 수만큼 요리를 해 놓고 좌석도 다 정해져 있었는데 해산물과 여러가지 반찬이 꽤 맛있었다. 집에 햇반도 쌀도 없을 정도로 서울에서는 밥을 잘 먹지 않는데 2그릇이나 먹었다.
아침 식사는 뷔페식이었고 치킨가라아케와 고등어, 샐러드와 꽤 많은 반찬이 나와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아침이 되어도 날씨는 여전히 좋지 않아 하루 더 머무르기로 했다. 그 무거운 텐트를 서울부터 지고 와서 겨우 하루 쓰다니...
솔직히 속상하고 아쉽다. 그렇지만 이런 눈 길에 비도 많이 오는데 텐트에 있는 것도 등산을 하는 것도 무모한 일일 것이다.
누워서 실컷 자고 유튜브만 보고 엄청 먹고 화장실만 가니 이젠 자괴감마저 들지만... 원래 산이 허락할 수 있는 만큼만 볼 수 있고 걸을 수 있는 거니까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