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러 나가서 한바퀴 돌아 옵니다!

불금을 즐겨라! 요새 금요일은 '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인 '불금'으로 불린다. 나는 약속을 미리 잡아 두고, 온갖 쾌락과 향락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 도심의 금요일 밤이 후끈 달아오르고, 동이 틀 때까지 사람들은 잠들지 않는다.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나는 달리고 달린다. 그런데 갈수록 야릇한 곤경으로 빠져든다. 금요일 밤은 쾌락의 시간으로서 주어졌는데, 그 즐거움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쾌락은 특정한 형태로 강제된다. 상사의 지시처럼 금요일 밤을 불태우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땅거미가 지면 나는 어김없이 집 밖으로 뛰쳐나가 하달받은 명령을 수행하게된다. 나는 반드시 쾌락을 얻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예전처럼 어떤 지배자에게 굴복하진 않지만, 다른 형태의 명령을 받고 있다.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자신의 능력을 펼쳐내면서 즐기라는 명령 말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자신의 신체를 즐기고, 온갖 성과를 얻어 내면서 주어지는 쾌락을 누리는 것이 세상이 내린 명령이고, 나는 충실하게 이 명령을 자기 목표로 삼아서 내달린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세상에서 쾌락만은 정해져 있다. 나는 쾌락을 위해서 살아가게 된다. 초자아(超自我)가 나에게 쾌락을 명령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신선하게 발전시킨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초자아'를 새롭게 해석한다. 『세미나 XX』에서 "초자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누군가에게 즐기라고 강요할 수 없다. 초자아는 향락의 정언명령, "즐겨라'" 라고 자크 라캉은 얘기한다. 자크 라캉의 말마따나 현대에 초자아는 '즐기라는 명령'으로 작동한다. 이제 현대인은 즐겁게 즐기는 게 아니라 괴로울 정도로 즐겨야 한다. 금요일에 내 시간을 불태우지 않으면 내 양심이 불태워지고 밤을 까맣게 태워 버리지 않으면 내 속이 까맣게 타 버린다. 세상은 달궈져 있고, 이미 내 몸도 데워져 있다. 즐거움을 누리지 않으면 뭔가 불행하고 못난이가 되어 버리는 상황이다. 내 향락을 가로막는 업무나 누군가가 있다면 분노가 치민다. 약속이 없어 금요일 밤의 쾌락에 참여하지 않으면 심지어 죄책감까지 느껴진다. 이래저래 괴롭다. 평소엔 하고 싶지 않은 일 때문에 시달리다가 금요일 밤부터 즐거워야만 한다는 초자아가 나를 닦달하니까. 현시대는 욕망이 인간을 지배하고 쾌락이 삶의 목적이 되었다. 후기 자본주의 시대는 어느 정도 '해방의 성격'이 있다. 인간은 마냥 쉬고 실컷 놀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 놀고 더 즐기는 것은 더 참고 더 괴로운 것보다는 훨씬 좋게 느껴진다. 그러나 즐겨야 한다는 게 강박이 되어 버렸다. 즐기지 못하면 갑자기 우울해지고 찝찝함이 습격한다. 남들만큼 삶을 향유하지 못한다는 불안함이 사나운 짐승처럼 나를 물어뜯는다. '초자아는 단순히 즐기라는 명령을 넘어선다. 이제 자아- 완성을 향한 강박으로 치닫는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쓸모 있게 활용한 슬로베니아의 사상가 슬라보예 지젝(Slavoizizek)은 라캉의 "즐겨라"를 자주 인용하면서 현대 세계를 분석한다. 슬라보예 지젝에 따르면 오늘날 자본주의는 "강력한 성적쾌락에서 사회적 성공과 영적인 자기- 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이 세계는 어떤 확고한 결정도, 어떤 이항적 심급도, 어떤(구체적 의미에서) 가치 확정도 필요 없는 오직 다양한 성적 실천들만으로 어우러진 세계이다. 이런 주인 - 기표의 기능 장지는 오직 '명명할 수 없는' 향락의 심연만을 유일한 이데올로기적 호명을 남겨 둔다. '탈근대성' 속에서 우리의 삶을 규제하는 최종 명령은 "즐겨라!"이다. 강력한 성적 쾌락에서 사회적 성공과 영적인 자기 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너의 잠재성을 실현하라. - 슬라보예 지젝,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 내가 한편으론 쾌락을 좇으면서 한편으론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까닭도 시대의 초자아가 강제하기 때문이다. 우린 수많은 자기 계발 담론들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라는 시시콜콜한 지침부터 영성 수련까지 "진정한 너를 찾으라"는 압박이 온 사회에 들끓는다. 그 과정에서 좀 더 나를 알아가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불안과 우울이 들이닥친다. 나를 찾는다는 말은 막연할뿐더러 나를 찾았다는 느낌조차 자의식 과잉과 자기만족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초자아의 명령을 좇아서 행복하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강제되는 욕망을 욕망하는 데 행복하다면 그게 더 정신분석을 요구하는 일이다. 꼭두각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어릿광대가 아무리 귀에까지 입꼬리를 걸고 웃어도 웃는 게 아니듯 자신의 욕망을 되짚지 않으면 욕망의 바다에서 아무리 자맥질을 잘해도 세상의 욕망이란 거친 물살에 난파당하고 침몰하게 된다. 통제할 수 없이 나를 덮치는 욕망, 미친 메뚜기 떼처럼 우르르 몰려와 까맣게 나를 덮어 버리는 욕망, 그리고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면서 허탈과 허무만 남겨 주는 욕망, 그렇지만 다시 저 멀리서 먹구름처럼 몰려드는 욕망······. 가만가만 내 안을 들여다보면 당연했던 욕망이 낯설게 느껴진다. 내 욕망은 나의 '타자'다.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공부하여 미국에 소개한 정신분석가 브루스 핑크(Bruce Fink)는 자신의 욕망을 모른 채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면서 살아가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개탄하는 수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전까지 욕망하던 것들이 알고 보면 타자의 침략이자 폭력이었으며 나의 욕망이 내 것이 아님을 밝혀냈다. 앞서 나온 르네 지라르의 주장이나 브루스 핑크의 얘기처럼 인간의 욕망은 대개 타자가 있어야만 생겨난다. 그래서 욕망을 좇아 욕망을 이루고 나면 덧없음에 사로잡힌다. 내 욕망은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욕망에 대한 집착은 '나'란 주체가 타자의 욕망에 종속된 노예임을 까발린다. -(펌글) -

Road Trip

Seosan-si, South Korea
sbc1256 photo
time : May 27, 2022 9:19 AM
duration : 1h 57m 14s
distance : 21.4 km
total_ascent : 325 m
highest_point : 312 m
avg_speed : 27.8 km/h
user_id : sbc1256
user_firstname : 종석
user_lastname : 이
불금을 즐겨라! 요새 금요일은 '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인 '불금'으로 불린다. 나는 약속을 미리 잡아 두고, 온갖 쾌락과 향락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 도심의 금요일 밤이 후끈 달아오르고, 동이 틀 때까지 사람들은 잠들지 않는다.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나는 달리고 달린다. 그런데 갈수록 야릇한 곤경으로 빠져든다. 금요일 밤은 쾌락의 시간으로서 주어졌는데, 그 즐거움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쾌락은 특정한 형태로 강제된다. 상사의 지시처럼 금요일 밤을 불태우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땅거미가 지면 나는 어김없이 집 밖으로 뛰쳐나가 하달받은 명령을 수행하게된다. 나는 반드시 쾌락을 얻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예전처럼 어떤 지배자에게 굴복하진 않지만, 다른 형태의 명령을 받고 있다.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자신의 능력을 펼쳐내면서 즐기라는 명령 말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자신의 신체를 즐기고, 온갖 성과를 얻어 내면서 주어지는 쾌락을 누리는 것이 세상이 내린 명령이고, 나는 충실하게 이 명령을 자기 목표로 삼아서 내달린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세상에서 쾌락만은 정해져 있다. 나는 쾌락을 위해서 살아가게 된다. 초자아(超自我)가 나에게 쾌락을 명령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신선하게 발전시킨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초자아'를 새롭게 해석한다. 『세미나 XX』에서 "초자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누군가에게 즐기라고 강요할 수 없다. 초자아는 향락의 정언명령, "즐겨라'" 라고 자크 라캉은 얘기한다. 자크 라캉의 말마따나 현대에 초자아는 '즐기라는 명령'으로 작동한다. 이제 현대인은 즐겁게 즐기는 게 아니라 괴로울 정도로 즐겨야 한다. 금요일에 내 시간을 불태우지 않으면 내 양심이 불태워지고 밤을 까맣게 태워 버리지 않으면 내 속이 까맣게 타 버린다. 세상은 달궈져 있고, 이미 내 몸도 데워져 있다. 즐거움을 누리지 않으면 뭔가 불행하고 못난이가 되어 버리는 상황이다. 내 향락을 가로막는 업무나 누군가가 있다면 분노가 치민다. 약속이 없어 금요일 밤의 쾌락에 참여하지 않으면 심지어 죄책감까지 느껴진다. 이래저래 괴롭다. 평소엔 하고 싶지 않은 일 때문에 시달리다가 금요일 밤부터 즐거워야만 한다는 초자아가 나를 닦달하니까. 현시대는 욕망이 인간을 지배하고 쾌락이 삶의 목적이 되었다. 후기 자본주의 시대는 어느 정도 '해방의 성격'이 있다. 인간은 마냥 쉬고 실컷 놀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 놀고 더 즐기는 것은 더 참고 더 괴로운 것보다는 훨씬 좋게 느껴진다. 그러나 즐겨야 한다는 게 강박이 되어 버렸다. 즐기지 못하면 갑자기 우울해지고 찝찝함이 습격한다. 남들만큼 삶을 향유하지 못한다는 불안함이 사나운 짐승처럼 나를 물어뜯는다. '초자아는 단순히 즐기라는 명령을 넘어선다. 이제 자아- 완성을 향한 강박으로 치닫는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쓸모 있게 활용한 슬로베니아의 사상가 슬라보예 지젝(Slavoizizek)은 라캉의 "즐겨라"를 자주 인용하면서 현대 세계를 분석한다. 슬라보예 지젝에 따르면 오늘날 자본주의는 "강력한 성적쾌락에서 사회적 성공과 영적인 자기- 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이 세계는 어떤 확고한 결정도, 어떤 이항적 심급도, 어떤(구체적 의미에서) 가치 확정도 필요 없는 오직 다양한 성적 실천들만으로 어우러진 세계이다. 이런 주인 - 기표의 기능 장지는 오직 '명명할 수 없는' 향락의 심연만을 유일한 이데올로기적 호명을 남겨 둔다. '탈근대성' 속에서 우리의 삶을 규제하는 최종 명령은 "즐겨라!"이다. 강력한 성적 쾌락에서 사회적 성공과 영적인 자기 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너의 잠재성을 실현하라. - 슬라보예 지젝,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 내가 한편으론 쾌락을 좇으면서 한편으론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까닭도 시대의 초자아가 강제하기 때문이다. 우린 수많은 자기 계발 담론들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라는 시시콜콜한 지침부터 영성 수련까지 "진정한 너를 찾으라"는 압박이 온 사회에 들끓는다. 그 과정에서 좀 더 나를 알아가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불안과 우울이 들이닥친다. 나를 찾는다는 말은 막연할뿐더러 나를 찾았다는 느낌조차 자의식 과잉과 자기만족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초자아의 명령을 좇아서 행복하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강제되는 욕망을 욕망하는 데 행복하다면 그게 더 정신분석을 요구하는 일이다. 꼭두각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어릿광대가 아무리 귀에까지 입꼬리를 걸고 웃어도 웃는 게 아니듯 자신의 욕망을 되짚지 않으면 욕망의 바다에서 아무리 자맥질을 잘해도 세상의 욕망이란 거친 물살에 난파당하고 침몰하게 된다. 통제할 수 없이 나를 덮치는 욕망, 미친 메뚜기 떼처럼 우르르 몰려와 까맣게 나를 덮어 버리는 욕망, 그리고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면서 허탈과 허무만 남겨 주는 욕망, 그렇지만 다시 저 멀리서 먹구름처럼 몰려드는 욕망······. 가만가만 내 안을 들여다보면 당연했던 욕망이 낯설게 느껴진다. 내 욕망은 나의 '타자'다.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공부하여 미국에 소개한 정신분석가 브루스 핑크(Bruce Fink)는 자신의 욕망을 모른 채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면서 살아가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개탄하는 수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전까지 욕망하던 것들이 알고 보면 타자의 침략이자 폭력이었으며 나의 욕망이 내 것이 아님을 밝혀냈다. 앞서 나온 르네 지라르의 주장이나 브루스 핑크의 얘기처럼 인간의 욕망은 대개 타자가 있어야만 생겨난다. 그래서 욕망을 좇아 욕망을 이루고 나면 덧없음에 사로잡힌다. 내 욕망은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욕망에 대한 집착은 '나'란 주체가 타자의 욕망에 종속된 노예임을 까발린다. -(펌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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