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1 그저 오늘이 흐르고 있다. 저녁에 모임이 있었다. 거의 30년은 된 모임(부부동반) 난 계속 그 모임을 하고 있다. 함께가 아니라도 좋은 모임이다. 그만큼 허물없이 있는 그대로를 이해한다. 9시가 지나 집에 왔는데 그냥 걷고 싶었다. 경춘숲길로 나갔다. 운동나온 사람들이 참 많았다. 오랜만에 비가 멈추니 모두들 마른땅을 걷고 싶었나보다. 난 경춘선 끝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돌아서 오려니 변화를 주고 싶었다. 경춘철교에서 중랑천으로 내려갔다. 어제의 그 무섭던 물들은 다 사라지고 가을 풀벌레소리와 넓어진 중랑천의 잔잔한 물결만 가득이다. 어제는 중랑천의 범람으로 체육시설도 나무들도 풀들도 동부간선도로까지 잠겨서 처참했었는데... 만 하루사이에 이리도 고요한 모습으로 어제의 처참함은 지나갔노라고 말하고 있다. 누운 아름드리나무와 진흙을 뒤집어쓰고 버티고 있는 여린풀들과 산책길 진흙만이 어제를 기억하라고 한다. 계속 걸어서 오는길 물살이 거센곳도 있고 물새 한마리가 진흙투성이 풀 사이에서 졸고 있고 내가 즐겨 사진 찍던곳의 징검다리는 물이 삼켜버려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하늘의 별빛도 쓰러진 진흙투성이 풀사이에서 노래하는 가을 풀벌레도 잔잔하게 거세게 넓게 흘러내리는 중랑천물도 흙탕물에 잠겼어도 웃고 있는 장미꽃들도 그저 오늘이 흐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삶은 그리 흘러감에 내 맡기는 거라고 고요속에서 외치고 있다.

Walking

Seoul, South Korea

time : Aug 11, 2020 8:55 PM

duration : 2h 20m 36s

distance : 10.7 km

total_ascent : 507 m

highest_point : 144 m

avg_speed : 4.6 km/h

user_id : kyunga9624

user_firstname : 사리

user_lastname :

8/11 그저 오늘이 흐르고 있다. 저녁에 모임이 있었다. 거의 30년은 된 모임(부부동반) 난 계속 그 모임을 하고 있다. 함께가 아니라도 좋은 모임이다. 그만큼 허물없이 있는 그대로를 이해한다. 9시가 지나 집에 왔는데 그냥 걷고 싶었다. 경춘숲길로 나갔다. 운동나온 사람들이 참 많았다. 오랜만에 비가 멈추니 모두들 마른땅을 걷고 싶었나보다. 난 경춘선 끝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돌아서 오려니 변화를 주고 싶었다. 경춘철교에서 중랑천으로 내려갔다. 어제의 그 무섭던 물들은 다 사라지고 가을 풀벌레소리와 넓어진 중랑천의 잔잔한 물결만 가득이다. 어제는 중랑천의 범람으로 체육시설도 나무들도 풀들도 동부간선도로까지 잠겨서 처참했었는데... 만 하루사이에 이리도 고요한 모습으로 어제의 처참함은 지나갔노라고 말하고 있다. 누운 아름드리나무와 진흙을 뒤집어쓰고 버티고 있는 여린풀들과 산책길 진흙만이 어제를 기억하라고 한다. 계속 걸어서 오는길 물살이 거센곳도 있고 물새 한마리가 진흙투성이 풀 사이에서 졸고 있고 내가 즐겨 사진 찍던곳의 징검다리는 물이 삼켜버려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하늘의 별빛도 쓰러진 진흙투성이 풀사이에서 노래하는 가을 풀벌레도 잔잔하게 거세게 넓게 흘러내리는 중랑천물도 흙탕물에 잠겼어도 웃고 있는 장미꽃들도 그저 오늘이 흐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삶은 그리 흘러감에 내 맡기는 거라고 고요속에서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