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맑은 날 화악산 풍경

교통 : 가평역 09.25 – 건들내 10.20 적목리 (가림) 18.40 – 가평역 19.30 코스 : 건들내 – 실운현 – 북봉 – 중봉 – 언니통봉 – 적목리 곧 가을이 올 것 같이 어제와 오늘 하루 종일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기온은 서늘하다. 나뭇잎은 곧 단풍이 들것처럼 빛이 변하려 하고 길 가에는 쑥부쟁이와 이고들빼기와 구절초가 피어 있다. 올해는 윤 7월이 끼어 있어 여름이 긴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추분이 가까워지는 9월 초가 되니 가을 향기가 코 끝을 간지른다. 8월 중순이면 순례길을 가듯이 화악산에 피는 참닻꽃을 찾아가곤 했는데 올해는 어찌어찌 하다 보니 9월 중순이 되어서야 미뤄둔 숙제를 머리에 떠올리곤 마침내 길을 나선다. 어제 종일 맑기만 하던 하늘 빛이 내게 그 묵은 과제를 상기시켰던 것 같다. 더구나 금요일 오후부터 비 소식이 있으니 오늘이 아니면 올해는 그냥 지나갈 것만 같았다. 8호선이 별내역까지 연장되면서 가평에 가는 길이 쉬워졌지만 이전에 차를 가지고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내가 가평을 찾아가는 횟수는 엄청나게 줄었다. 그만큼 가평역에서 환승하는 버스 노선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사이 설악산이든 지리산이든 갈 곳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쨌든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서기만 하면 갈 수 있는 곳인데 어찌하여 이렇게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뤘다가 뒤늦게 생각하고서야 길을 나서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실운현 집을 나선지 세 시간만에 마침내 15-4 번 버스 종점인 가평군 북면 화악리 건들내에서 버스를 내렸다. 에어컨을 틀어 시원한 버스에서 내리니 갑자기 기다렸다는 듯 햇살이 얼굴에 꽂힌다. 서둘러 팔토시와 얼굴 가리개를 덮어 쓰고서야 당당하게 햇볕에 몸을 내밀었다.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또 성가신 일도 있게 마련이다. 건들내 버스 종점에서 화악터널이 있는 실운현까지 차도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계곡 위 다리도 두어 번 건너고 햇볕에 노출된 차도에서도 길 가 나무 그늘을 찾아 여러 번 찻길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그래도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 없어 손수건으로 두건을 만들어 머리에 썼다. 가을을 맞이하는 일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 여름이 갔다고 날름 가을이 오는 것이 아니거늘 나는 어찌하여 이렇게 무모하게 뙤약볕에 나설 생각을 하였는지 스스로 자책하였다. 한 정거장 전인 왕소나무 집에서 버스를 내려 잣나무 우거진 숲길을 걸었더라면 몸이 훨씬 시원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그 길을 갔더라면 화악산 북봉에는 들르지 못할 터이니 힘들더라도 이 길을 피할 수는 없었을 터였다. 한 시간쯤 걸어서 군부대로 이어지는 도로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 도로는 실운현을 거쳐 화악산 중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군사도로다. 얼마전에 작업을 한 듯 길 양편에 자라던 풀을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거나 아프리카 돼지 열병을 막는다고 쳐 놓은 철조망 뒤에 있는 풀들을 제외하고 나무와 풀들은 모두 잘라져 버렸다. 나중에 중봉으로 가는 길에도 마찬가지여서 전에 길 가에서 보았던 물봉선 군락지와 참닻꽃과 바늘꽃 등등 귀한 야생화들도 그 예초기 날에 깔끔하게 날아가 버렸다. 화악산 북봉 실운현은 해발고도 1,000 미터가 넘는다. 길가에는 승용차들이 여럿 주차되어 있었다. 차가 있다면 나처럼 거의 6 킬로미터나 되는 도로를 걷지 않아도 된다. 아니, 차가 군부대 바로 밑에까지도 올라갈 수 있으니 10 여 킬로미터를 걷지 않고도 화악산 중봉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쁘지 않은 몸이니 나는 긴 접근로를 걸어서 두 시간만인 오후 12시 20분경 북봉으로 가는 산의 들머리에 도착하였다. 중봉쪽에서 부부 한 쌍이 내려오기에 무슨 꽃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분들은 꽃을 보러 온 것이 아니고 화악산 정상에 산행을 온 거라면서 꽃은 잘 모른다고 하더니, 청보라색 꽃을 보았는데 이름이 궁금하다고 하였다. 나는 당연히 금강초롱일 거라고 얘기하니 그 부인은 핸드폰을 뒤적이더니 사진을 보여주었다. 과남풀 사진이었다. ‘아, 그렇지. 지금 과남풀도 한창이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혹시 보라색 종처럼 생긴 꽃은 보지 못했는가 물으니, 남편은 잠시 생각하더니 보았다고 하였다. 나는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고 바삐 하산하려는 그 부부와 작별하였다. 곧 이어 오른쪽에 헬기장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화악지맥의 일부 구간이다. 숲 그늘로 들어서니 비로소 작은 바람결에도 몸이 시원해 진다. 길가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베이글 빵에 치즈를 바르고, 단호박에 복숭아까지 혼자서 잔치라도 벌이듯 배불리 먹었다. 물이 부족할 것을 염려하여 큰 페트병 가득 생수를 들고 왔고 오는 길에 콜라도 한 병 샀으니 산을 내려갈 때까지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날이 선선 해져서 그런 건지 그동안 산행 때마다 달려들어 귀찮게 하던 날파리가 보이지 않는다. 날파리는 더운 여름 한 때 잠시 날개를 달고 나타나서 알을 까고는 사라지는 것 같다. 그게 그들의 생명 현상이거늘 그 속에 있는 인간으로서 귀찮다고 불평을 한들 그게 그들에게 무슨 대수이겠나 싶다. 그들의 삶에는 인간이 계산에 들어있지 않을 것이다. 조용한 숲 속에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반짝반짝 빛난다. 그 빛이 떨어지는 곳에 보랏빛 금강초롱 꽃이 곱게 피어 있다. 처음 한 송이가 고개를 내밀자 여기저기 연달아서 금강초롱 꽃들이 아우성이다. 대부분 한 송이씩 피어 있지만 어떤 것은 한 줄기에 여러 송이가 피어서 아름다움을 뽐낸다. 참닻꽃 올해는 확실히 계절이 늦는 것 같다. 금강초롱이 아직도 이렇게 많이 피어 있으니 참닻꽃도 분명히 남아 있을 거라고 기대하였다. 참닻꽃은 햇볕을 좋아하는 풀인 듯 북봉으로 오르는 길 거의 끝에 군인들이 파 놓은 참호 주변에 많이 자란다. 참호를 파면서 주변에 나무를 다 베어내서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니 갈풀이 우거져 있고, 병꽃나무 등 관목이 자란다. 참닻꽃은 무성한 갈풀이 닿지 않는 변두리에 작은 나무를 그늘삼아 자라난다. 기대가 크지는 않았지만 전에 닻꽃을 보았던 장소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몇 포기를 찾아 냈었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꽃은 거의 다 지고 온전한 모양의 꽃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 흔적이라도 볼 수 있음에 만족하였다. 북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과남풀과 산구절초 그리고 까실쑥부쟁이 꽃이 한창이었다. 가을의 전령사(傳令使)들이다. 둥근이질풀꽃도 다 지고 송이풀 꽃도 다 시든 이 여름의 끝자락에 가을을 모시고 오는 구절초와 용담꽃이 반갑기만 하다. 오후 2시 30분 마침내 북봉(北峰)에 도착하였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조망은 거칠 것 없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가까이 석룡산 정상으로 넘어 수덕바위봉을 지나 도마치재로 벋은 화악지맥의 능선이 우아하게 누워있고, 그 왼편에는 국망봉 그리고 그 뒤쪽으로 운악산과 멀리 북한산 도봉산까지 이어진다. 바로 눈 앞에는 군부대가 있는 화악산의 주봉이 있고 그 왼편으로는 아침에 버스를 타고 지나온 북면 화악리 계곡이 이어진다. 왼편으로는 화악산의 또다른 봉우리인 매봉과 그 오린편으로 길게 벋은 몽가북계 능선 그리고 그 너머에 춘천시의 건물들이 하얗게 빛난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겠지만 나의 눈은 보이는 것조차 구분할 수 없다. 더 멀리 원주의 치악산도 있을 테고 동북쪽에는 설악산도 보일 테지만 내 눈은 어느 봉우리가 어느 산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다만, 이렇게 시원하게 펼쳐진 조망에 나의 마음은 내 몸을 떠나 잠시 멀리 멀리 날아간다. 북봉 근처에는 산구절초와 과남풀 꽃이 만발하였고 투구꽃은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북봉에서 곧장 군사도로로 내려왔다. 나뭇가지와 덩굴이 어지러이 엮여 있어 길이 험하지만 어렴풋이 남아 있는 흔적을 따라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군사도로 양쪽은 원래 햇볕이 잘 들어 여러가지 야생화가 자라는 곳이지만 부대에서는 예초기를 동원하여 잡초 제거하듯이 말끔하게 풀을 잘라 버렸다. 더 이상 야생화를 볼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깎아 놓았다. 길에서 좀 떨어진 곳 바위에 자라는 구절초와 과남풀과 일부 금강초롱 꽃이 피어 있었다.

Hiking/Backpacking

Gapyeong-gun, Gyeonggi,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Sep 11, 2025 10:23 AM
duration : 7h 38m 45s
distance : 16.4 km
total_ascent : 1263 m
highest_point : 1434 m
avg_speed : 2.4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교통 : 가평역 09.25 – 건들내 10.20 적목리 (가림) 18.40 – 가평역 19.30 코스 : 건들내 – 실운현 – 북봉 – 중봉 – 언니통봉 – 적목리 곧 가을이 올 것 같이 어제와 오늘 하루 종일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기온은 서늘하다. 나뭇잎은 곧 단풍이 들것처럼 빛이 변하려 하고 길 가에는 쑥부쟁이와 이고들빼기와 구절초가 피어 있다. 올해는 윤 7월이 끼어 있어 여름이 긴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추분이 가까워지는 9월 초가 되니 가을 향기가 코 끝을 간지른다. 8월 중순이면 순례길을 가듯이 화악산에 피는 참닻꽃을 찾아가곤 했는데 올해는 어찌어찌 하다 보니 9월 중순이 되어서야 미뤄둔 숙제를 머리에 떠올리곤 마침내 길을 나선다. 어제 종일 맑기만 하던 하늘 빛이 내게 그 묵은 과제를 상기시켰던 것 같다. 더구나 금요일 오후부터 비 소식이 있으니 오늘이 아니면 올해는 그냥 지나갈 것만 같았다. 8호선이 별내역까지 연장되면서 가평에 가는 길이 쉬워졌지만 이전에 차를 가지고 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내가 가평을 찾아가는 횟수는 엄청나게 줄었다. 그만큼 가평역에서 환승하는 버스 노선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사이 설악산이든 지리산이든 갈 곳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쨌든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서기만 하면 갈 수 있는 곳인데 어찌하여 이렇게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뤘다가 뒤늦게 생각하고서야 길을 나서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실운현 집을 나선지 세 시간만에 마침내 15-4 번 버스 종점인 가평군 북면 화악리 건들내에서 버스를 내렸다. 에어컨을 틀어 시원한 버스에서 내리니 갑자기 기다렸다는 듯 햇살이 얼굴에 꽂힌다. 서둘러 팔토시와 얼굴 가리개를 덮어 쓰고서야 당당하게 햇볕에 몸을 내밀었다.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또 성가신 일도 있게 마련이다. 건들내 버스 종점에서 화악터널이 있는 실운현까지 차도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계곡 위 다리도 두어 번 건너고 햇볕에 노출된 차도에서도 길 가 나무 그늘을 찾아 여러 번 찻길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그래도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 없어 손수건으로 두건을 만들어 머리에 썼다. 가을을 맞이하는 일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 여름이 갔다고 날름 가을이 오는 것이 아니거늘 나는 어찌하여 이렇게 무모하게 뙤약볕에 나설 생각을 하였는지 스스로 자책하였다. 한 정거장 전인 왕소나무 집에서 버스를 내려 잣나무 우거진 숲길을 걸었더라면 몸이 훨씬 시원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그 길을 갔더라면 화악산 북봉에는 들르지 못할 터이니 힘들더라도 이 길을 피할 수는 없었을 터였다. 한 시간쯤 걸어서 군부대로 이어지는 도로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 도로는 실운현을 거쳐 화악산 중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군사도로다. 얼마전에 작업을 한 듯 길 양편에 자라던 풀을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거나 아프리카 돼지 열병을 막는다고 쳐 놓은 철조망 뒤에 있는 풀들을 제외하고 나무와 풀들은 모두 잘라져 버렸다. 나중에 중봉으로 가는 길에도 마찬가지여서 전에 길 가에서 보았던 물봉선 군락지와 참닻꽃과 바늘꽃 등등 귀한 야생화들도 그 예초기 날에 깔끔하게 날아가 버렸다. 화악산 북봉 실운현은 해발고도 1,000 미터가 넘는다. 길가에는 승용차들이 여럿 주차되어 있었다. 차가 있다면 나처럼 거의 6 킬로미터나 되는 도로를 걷지 않아도 된다. 아니, 차가 군부대 바로 밑에까지도 올라갈 수 있으니 10 여 킬로미터를 걷지 않고도 화악산 중봉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쁘지 않은 몸이니 나는 긴 접근로를 걸어서 두 시간만인 오후 12시 20분경 북봉으로 가는 산의 들머리에 도착하였다. 중봉쪽에서 부부 한 쌍이 내려오기에 무슨 꽃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분들은 꽃을 보러 온 것이 아니고 화악산 정상에 산행을 온 거라면서 꽃은 잘 모른다고 하더니, 청보라색 꽃을 보았는데 이름이 궁금하다고 하였다. 나는 당연히 금강초롱일 거라고 얘기하니 그 부인은 핸드폰을 뒤적이더니 사진을 보여주었다. 과남풀 사진이었다. ‘아, 그렇지. 지금 과남풀도 한창이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혹시 보라색 종처럼 생긴 꽃은 보지 못했는가 물으니, 남편은 잠시 생각하더니 보았다고 하였다. 나는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고 바삐 하산하려는 그 부부와 작별하였다. 곧 이어 오른쪽에 헬기장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화악지맥의 일부 구간이다. 숲 그늘로 들어서니 비로소 작은 바람결에도 몸이 시원해 진다. 길가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베이글 빵에 치즈를 바르고, 단호박에 복숭아까지 혼자서 잔치라도 벌이듯 배불리 먹었다. 물이 부족할 것을 염려하여 큰 페트병 가득 생수를 들고 왔고 오는 길에 콜라도 한 병 샀으니 산을 내려갈 때까지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날이 선선 해져서 그런 건지 그동안 산행 때마다 달려들어 귀찮게 하던 날파리가 보이지 않는다. 날파리는 더운 여름 한 때 잠시 날개를 달고 나타나서 알을 까고는 사라지는 것 같다. 그게 그들의 생명 현상이거늘 그 속에 있는 인간으로서 귀찮다고 불평을 한들 그게 그들에게 무슨 대수이겠나 싶다. 그들의 삶에는 인간이 계산에 들어있지 않을 것이다. 조용한 숲 속에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반짝반짝 빛난다. 그 빛이 떨어지는 곳에 보랏빛 금강초롱 꽃이 곱게 피어 있다. 처음 한 송이가 고개를 내밀자 여기저기 연달아서 금강초롱 꽃들이 아우성이다. 대부분 한 송이씩 피어 있지만 어떤 것은 한 줄기에 여러 송이가 피어서 아름다움을 뽐낸다. 참닻꽃 올해는 확실히 계절이 늦는 것 같다. 금강초롱이 아직도 이렇게 많이 피어 있으니 참닻꽃도 분명히 남아 있을 거라고 기대하였다. 참닻꽃은 햇볕을 좋아하는 풀인 듯 북봉으로 오르는 길 거의 끝에 군인들이 파 놓은 참호 주변에 많이 자란다. 참호를 파면서 주변에 나무를 다 베어내서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니 갈풀이 우거져 있고, 병꽃나무 등 관목이 자란다. 참닻꽃은 무성한 갈풀이 닿지 않는 변두리에 작은 나무를 그늘삼아 자라난다. 기대가 크지는 않았지만 전에 닻꽃을 보았던 장소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몇 포기를 찾아 냈었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꽃은 거의 다 지고 온전한 모양의 꽃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 흔적이라도 볼 수 있음에 만족하였다. 북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과남풀과 산구절초 그리고 까실쑥부쟁이 꽃이 한창이었다. 가을의 전령사(傳令使)들이다. 둥근이질풀꽃도 다 지고 송이풀 꽃도 다 시든 이 여름의 끝자락에 가을을 모시고 오는 구절초와 용담꽃이 반갑기만 하다. 오후 2시 30분 마침내 북봉(北峰)에 도착하였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조망은 거칠 것 없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가까이 석룡산 정상으로 넘어 수덕바위봉을 지나 도마치재로 벋은 화악지맥의 능선이 우아하게 누워있고, 그 왼편에는 국망봉 그리고 그 뒤쪽으로 운악산과 멀리 북한산 도봉산까지 이어진다. 바로 눈 앞에는 군부대가 있는 화악산의 주봉이 있고 그 왼편으로는 아침에 버스를 타고 지나온 북면 화악리 계곡이 이어진다. 왼편으로는 화악산의 또다른 봉우리인 매봉과 그 오린편으로 길게 벋은 몽가북계 능선 그리고 그 너머에 춘천시의 건물들이 하얗게 빛난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겠지만 나의 눈은 보이는 것조차 구분할 수 없다. 더 멀리 원주의 치악산도 있을 테고 동북쪽에는 설악산도 보일 테지만 내 눈은 어느 봉우리가 어느 산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다만, 이렇게 시원하게 펼쳐진 조망에 나의 마음은 내 몸을 떠나 잠시 멀리 멀리 날아간다. 북봉 근처에는 산구절초와 과남풀 꽃이 만발하였고 투구꽃은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북봉에서 곧장 군사도로로 내려왔다. 나뭇가지와 덩굴이 어지러이 엮여 있어 길이 험하지만 어렴풋이 남아 있는 흔적을 따라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군사도로 양쪽은 원래 햇볕이 잘 들어 여러가지 야생화가 자라는 곳이지만 부대에서는 예초기를 동원하여 잡초 제거하듯이 말끔하게 풀을 잘라 버렸다. 더 이상 야생화를 볼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깎아 놓았다. 길에서 좀 떨어진 곳 바위에 자라는 구절초와 과남풀과 일부 금강초롱 꽃이 피어 있었다.
Info
Name
 
About Me
Media Contents
  •  
  • -
  •  
  • -
  •  
  • -
  •  
  • -
Most Frequent Activity
1.
-
2.
-
3.
-
Widget
Copy the widget source code below and paste into your blog template.
 
( / )
  No more trips to show
 
No more trips to show
bethewise's Collections
 
Sorry, the collection could not be found.
Bookmarked Collections
 
Sorry, the collection could not be found.
 
(0)
  There is no data
Blocked Users(0)
  There is no data
Ramblr passports
  Share

  Grab the URL link to the passport.

0 like(s)
 
(0 / 0)
Badges (0)
These are the badges you have acquired. Click to see the details.
     
     
    These are the badges you have acquired. Click to see the details.
    Badges acquired
      Full Screen
     
      Google Map
      Naver Map
    Statistics
    • Total
      Trips
      -
    • Total
      Distance
      -
    • Total
      Duration
      -
    • Highest
      Point
      -
    • Total
      Ascent
      -
    • Average
      Speed
      -
    Most Frequent Activity
    Click on the stat type above to see its graph.
  • First Certification Date :
  •  
    Following
      Follow
    Unfollow
  • 0
     
    There is no badge.
  • Draft
    Private
    Secret
     
    -
      Edit
      Delete
    Are you sure you want to delete this trip?
    YES, delete
    NO, cancel
    Add to Collection
     
     
    Create a Collection Edit Collection
     
    Name
     
    Description
     
    Visibility Setting
     
    Trip Sorting by
     
    Cover Pi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