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yangju-si, Gyeonggi, South Korea
time : Aug 11, 2024 11:43 AM
duration : 5h 16m 21s
distance : 7.5 km
total_ascent : 79 m
highest_point : 148 m
avg_speed : 1.9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연일 무더운 날씨다. 어제 등산을 다녀와서 하루 조용히 집에서 쉬려고 하였으나 얼마전 다녀온 광릉 국립수목원에 뻐꾹나리가 꼭 피어 있을 것 같고 고인돌 형님이 오산 식물원에서 보았다고 보내주신 해오라비 난초 꽃이 눈에 삼삼하여 아침 식사 후에 간단하게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
뻐꾹나리 :
나리꽃 중에서 일찍 피는 털중나리, 중나리, 하늘나리, 땅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 솔나리, 참나리 등 나리꽃 종류도 참 많은데 대부분 꽃 모양이 백합과의 꽃답게 조신하게 생겼다. 그러니까 나팔 모양이다. 꽃의 끝부분이 더 벌어지고 덜 벌어지고 꽃 색깔이 주황색이거나 솔나리처럼 연분홍으로 차이가 있을 뿐 꽃을 보면 한 눈에 나리꽃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 차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뻐꾹나리는 온전히 다른 나리꽃들과 같은 집안은 아닌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백합과에 속하는 나리꽃들은 뿌리가 비늘줄기 즉 인경(鱗莖)인데 비해 뻐꾹나리는 뿌리가 곧고 길게 자라며 마디에 실뿌리가 있다고 한다.
뻐꾹나리의 학명은 Tricyrtis Macropoda Miq
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09&subMenu=009002&contCd=009002&pageMode=view&ktsn=120000065363
분명히 백합과에 속하지만 참나리(Lilium lancifolium Thunb. ) 와 다르다.
오늘 내 생이 처음으로 이 뻐꾹나리 꽃을 만나러 간다.
국립수목원
봉선사에서 버스를 내려 국립수목원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개의 테마 소공원이 있다. 그중에서도 돌담정원은 봉선사에 가까이 있는데 전에 몇 번 이곳을 지나가면서 꽃이 피기 전 뻐꾹나리 여러 포기가 자라는 것을 보았기에 나는 이곳을 지나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곧추 선 뻐꾹나리의 줄기에 감나무 잎처럼 커다란 잎이 달려 있어 이제는 풀섶에서도 뻐꾹나리 풀포기를 구분할 수 있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꽃이 핀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키가 큰 줄기 끝에 꽃봉오리가 맺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어쩌면 이번에 활짝 핀 뻐꾹나리 꽃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보인다.
수목원에서 표를 사고 숲 해설사들이 모여 있는 창구에 가서 물어보았다. “혹시, 해오라기 난초와 뻐꾹나리 꽃이 어디에 피어 있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광릉 수목원이 넓기 때문에 어느정도 특정 지어 놓고 찾아다녀야 그나마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오라기 난초는 올해 싹도 나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하도 많이 밟아 놓아서 다 죽었나 봐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래도 국립수목원이 아닌가?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을 여기서는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거꾸로 다른 데 피어 있는 것을 여기서는 볼 수 없다니.
“그럼, 뻐꾹나리는요?”
“뻐꾹나리는 많이 피었어요.”
“어디에요?”
“난대식물원 가는 길 주변에 많아요.”
나는 대충 어디쯤 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오늘이 여기 이 국립수목원을 찾아온 지 세 번째던가? 그래도 그동안 이곳저곳 자세히 뒤지며 살펴보았으니 저 정도 정보만 있으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날이 덥지만 구석구석 다 살펴볼 것이다. 지난번에 왔을 때 조금 피어 있던 금꿩의다리도 활짝 피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발 한발 수목원 꽃밭을 누비며 가는데 생각보다 복잡하다. 금불초와 벌개미취 그리고 털부처꽃 등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을 보고 주엽나무 귀룽나무 등 나무에 관한 사연도 읽어가면서 눈을 부릅뜨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뻐꾹나리 비슷하 것은 보이지 않는다.
진화 속을 걷는 정원
오늘은 식물의 진화과정 등에 관한 설명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그냥 뻐꾹나리 꽃을 찾아 헤매다 보니 발걸음이 그쪽으로 닿았다. 빙하기에 내려와 한반도에 정착했다는 구상나무, 풍뎅이 등 큰 곤충의 수요에 맞춰서 꽃이 크게 진화했다가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피고 있다는 목련 등을 그래도 관심있게 살펴보고 가다가 눈에 익은 풀 포기들을 발견했다.
뻐꾹나리다. 그런데 여기에도 아직 꽃이 피지 않았나 보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자세히 살펴보니 ‘심봤다!’. 내가 사진에서 보았던 그 꽃 모양 그대로 피어 있는 뻐꾹나리 꽃 한 송이를 보았다. 모양은 꼴뚜기 같고 꽃잎에 뻐꾸기 목에 난 깃털 색깔처럼 자주색 점이 촘촘히 나 있는 꽃이 앙증맞게 피어 있다. 꽃의 크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다. 주변에 꽃 봉오리는 많이 올라오지만 활짝 핀 것은 한 송이 뿐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되었다. 처음 만나는 꽃인데 한 송이면 족하지.
연못 주변에 ‘금꿩의다리’ 꽃도 한창이다. 꽃이 예쁘기로 치면 금꿩의다리만한 것도 드물다. 연분홍 자줏빛 꽃잎 아래쪽이 살짝 벌어지고 그 속에서 황금빛 수술이 소복이 달려있는 모양은 어느 귀부인의 장신구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수목원을 헤매다 보니 몸이 지친다. 집에 돌아가려고 버스 시간표를 검색해 보니 40분 정도 더 있어야 한다. 그동안 가보지 못한 곳을 빨리 둘러보려고 가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커다란 카메라를 매고 꽃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보였다. 포스가 느껴졌다. 저 사람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혹시, 해오라기 난초하고 뻐꾹나리 피는 곳을 아시나요?”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분은 들꽃 영상작가라고 하였다. 커다란 카메라에 조명기구까지 손에 들고 이질풀, 대청부채, 해란초, 큰제비고깔 등 예쁜 꽃들을 정성스럽게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녀도 오늘 뻐꾹나리 꽃을 촬영하러 온 것인데 곧 그쪽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하였다. 그녀가 얘기하는 곳이 오늘 입구에 들어오면서 해설사가 설명한 곳하고 같은 곳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안내하는 대로 우선 해오라기 난초가 있었다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그곳은 대청부채 꽃이 피어 있는 곳인데 아무리 뒤져보아도 해오라기 난초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올해는 내 운에 없는 것인가 보다.
그러고 나서 난대 식물원 앞쪽으로 이동하였다. 물봉선이 많이 피어 있는 속에서 뻐꾹나리가 많이 피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물봉선 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뻐꾹나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자세히 보니 뻐꾹나리 풀잎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한 송이, 또 한 송이 활짝 핀 꽃이 보였다. 역시 자세히 보아야 꽃이 보이는 법이다.
뻐꾹나리 꽃을 다 찍고 버스 시간표를 보니 6분 남았다. 나는 그 진사 님에게 인사하고 수목원 정문을 찾아 달렸다. 오늘 목표 80 퍼센트 달성했다. 해오라기 난초는 내년에 찾아볼 참이다. 버스 정류장에 가까워졌을 때 버스는 휙 지나갔다.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가 곧 도착한다고 검색되었다. 아무거나 타도 두 시간 정도면 집에 도착하니 똑 같다. 건너편으로 건너가 조금 기다리니 21번 버스가 온다. 의정부 역에서 전철을 타고 도봉산 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군자역에서 5호선으로 또 환승하고 천호 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하루를 꽉 채우고 과일 가게를 들러 수박 한 통을 사 들고 집으로 갔다. 꼴뚜기처럼 생긴 뻐꾹나리를 만난 기념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