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월악산 바위를 만나고

월악산(月岳山) 이름에 악산(岳山)이라는 접미어가 들어간 산이 많이 있다. 치악산, 운악산, 감악산, 관악산, 설악산, 삼악산 등등 잘 찾아보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악산이 더 많을 것이다. 큰 산 악(岳)자인데 설악산의 이름에 들어가는 악(嶽)자도 큰 산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악자가 들어간 산이 큰 산이라기 보다는 험한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라고 이해한다. 큰 산에는 바위가 많던가 바위산은 다 크던가 아마 그렇기 때문인 것 같다. 굳이 악(岳)자가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우리나라의 산들은 대부분 바위로 된 단단한 뼈대를 갖추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땅이 아직 젊기 때문이다. 땅도 사람처럼 늙으면 온몸이 수축되어 허리가 구부러지고 다리가 접혀져서 주저앉게 된다. 7시 30분 보덕암 주차장에 도착하니 택시 기사분께서 주차 안내를 하고 있다. 주차장이 세 개나 되는데 벌써 제일 위에 있는 것까지 거의 다 찼다. 택시 기사님은 오늘은 좀 나은 편이라고 한다. 평소 주말에는 이 시간에 이미 차가 가득 찬다고 한다. 보덕암으로 올라가 경내를 둘러보았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경내가 조용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급격하게 고도를 높이는 비탈진 산길 옆으로 켜켜이 쌓인 돌들이 특이한 풍경을 보여준다. 얇은 부침개를 쌓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시루떡을 쌓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책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모습이다. 이곳의 바위들은 물 속에서 수억 년 동안 돌과 흙이 가라앉아 높은 압력과 열에 의해 굳어버린 편마암(片麻岩)이다. 가파른 바위길에 철 사다리를 설치하여 놓았다. 바위틈에는 소나무가 뿌리를 내린 채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나무는 바위 틈에 고인 물을 섭취하고 바위는 나무 덕분에 흙이 되어 산 아래로 흘러내리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오른쪽 절벽은 나무조차 자랄 수 없을 만큼 가팔라서 바위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바위는 주로 석회암이다. 비교적 연약한 바위는 쉽게 부서져 내리고 험한 곳에도 곧잘 뿌리를 내리는 소나무에게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틈을 주지 못하나 보다. 월악산은 그렇게 가파르게 올랐다가 다시 급격하게 내려가고 올라가길 반복한다. 그 때마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에 눈이 시원하다. 하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충주호와 그 주변에 솟아 있는 산봉우리들이 굽어 보인다. 하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깊은 계곡은 두 개의 나무다리로 이어 놓았기 때문에 가파른 바위길을 오르내리는 위험과 수고를 덜 수 있다. 그러나 중봉에서 월악산의 주봉(主峯)인 영봉(靈峯)으로 가는 1 km 짧은 길은 안부까지 한참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한다. 영봉에서는 남쪽으로 주흘산과 포암산 등 이름있는 산봉우리가 보이고 동쪽에는 멀리 소백산 줄기도 희미하게 비친다. 산에 오르는 기쁨은 높은 곳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봉우리를 찾아보고 알지 못하는 봉우리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찾는 것이다. 저 능선 끝에는 덕유산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곳에는 태백산이 있을 터이다. 그리고 그 너머 또 그 너머로 상상의 나래는 끝없이 펼쳐지다가 스스로 지쳐 다시 영봉 위로 날아 앉는다. 신라에서는 이 산이 아름다운 달 모양을 하고 있어 월형산(月兄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한 때 와락산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이는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고 그 수도를 충주에 둘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송악산이 있는 개성에 도읍을 두는 바람에 월형산의 꿈이 와락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1097미터의 높은 바위 봉우리의 한 면이 마치 칼로 도려낸 듯 반달 모양으로 생겼으니 사람들에게 신비롭게 보였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옛날에는 나라의 제사인 소사(小祀)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우리는 오랜만에 찾은 월악산 산행이 걱정했던 것보다 수월하다고 생각하였다. 이는 우리의 등력(登力)이 커진 것도 있겠지만 코로나 시기에 이곳 저곳에 계단과 난간을 보강 설치한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35대 경순왕의 맏아들이었던 마의 태자가 신라 부활의 꿈을 간직한 채 이 월악산에 들어와 성을 쌓고 군사를 모집할 때 그의 누이동생 덕주 공주는 산 아래에 절을 짓고 오빠의 무운을 빌었다고 한다. 마의태자는 그러나 그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삼베옷을 입은 채 강원도 금강산으로 들어갔고 덕주가 바위에 부처님의 모습을 새겨 놓고 간절하게 기도하던 덕주사는 100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아직도 그 때의 간절한 마음을 전해주는 듯하다. 오후 4시에 산행을 마치고 덕주골 식당에서 맛난 두부전골과 감자전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상경하였다.

Hiking/Backpacking

Jecheon-si, Chungcheongbuk-do,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Nov 26, 2023 7:25 AM
duration : 8h 14m 49s
distance : 9.1 km
total_ascent : 1022 m
highest_point : 1157 m
avg_speed : 1.5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월악산(月岳山) 이름에 악산(岳山)이라는 접미어가 들어간 산이 많이 있다. 치악산, 운악산, 감악산, 관악산, 설악산, 삼악산 등등 잘 찾아보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악산이 더 많을 것이다. 큰 산 악(岳)자인데 설악산의 이름에 들어가는 악(嶽)자도 큰 산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악자가 들어간 산이 큰 산이라기 보다는 험한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라고 이해한다. 큰 산에는 바위가 많던가 바위산은 다 크던가 아마 그렇기 때문인 것 같다. 굳이 악(岳)자가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우리나라의 산들은 대부분 바위로 된 단단한 뼈대를 갖추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땅이 아직 젊기 때문이다. 땅도 사람처럼 늙으면 온몸이 수축되어 허리가 구부러지고 다리가 접혀져서 주저앉게 된다. 7시 30분 보덕암 주차장에 도착하니 택시 기사분께서 주차 안내를 하고 있다. 주차장이 세 개나 되는데 벌써 제일 위에 있는 것까지 거의 다 찼다. 택시 기사님은 오늘은 좀 나은 편이라고 한다. 평소 주말에는 이 시간에 이미 차가 가득 찬다고 한다. 보덕암으로 올라가 경내를 둘러보았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경내가 조용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급격하게 고도를 높이는 비탈진 산길 옆으로 켜켜이 쌓인 돌들이 특이한 풍경을 보여준다. 얇은 부침개를 쌓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시루떡을 쌓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책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모습이다. 이곳의 바위들은 물 속에서 수억 년 동안 돌과 흙이 가라앉아 높은 압력과 열에 의해 굳어버린 편마암(片麻岩)이다. 가파른 바위길에 철 사다리를 설치하여 놓았다. 바위틈에는 소나무가 뿌리를 내린 채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나무는 바위 틈에 고인 물을 섭취하고 바위는 나무 덕분에 흙이 되어 산 아래로 흘러내리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오른쪽 절벽은 나무조차 자랄 수 없을 만큼 가팔라서 바위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바위는 주로 석회암이다. 비교적 연약한 바위는 쉽게 부서져 내리고 험한 곳에도 곧잘 뿌리를 내리는 소나무에게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틈을 주지 못하나 보다. 월악산은 그렇게 가파르게 올랐다가 다시 급격하게 내려가고 올라가길 반복한다. 그 때마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에 눈이 시원하다. 하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충주호와 그 주변에 솟아 있는 산봉우리들이 굽어 보인다. 하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깊은 계곡은 두 개의 나무다리로 이어 놓았기 때문에 가파른 바위길을 오르내리는 위험과 수고를 덜 수 있다. 그러나 중봉에서 월악산의 주봉(主峯)인 영봉(靈峯)으로 가는 1 km 짧은 길은 안부까지 한참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한다. 영봉에서는 남쪽으로 주흘산과 포암산 등 이름있는 산봉우리가 보이고 동쪽에는 멀리 소백산 줄기도 희미하게 비친다. 산에 오르는 기쁨은 높은 곳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봉우리를 찾아보고 알지 못하는 봉우리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찾는 것이다. 저 능선 끝에는 덕유산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곳에는 태백산이 있을 터이다. 그리고 그 너머 또 그 너머로 상상의 나래는 끝없이 펼쳐지다가 스스로 지쳐 다시 영봉 위로 날아 앉는다. 신라에서는 이 산이 아름다운 달 모양을 하고 있어 월형산(月兄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한 때 와락산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이는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고 그 수도를 충주에 둘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송악산이 있는 개성에 도읍을 두는 바람에 월형산의 꿈이 와락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1097미터의 높은 바위 봉우리의 한 면이 마치 칼로 도려낸 듯 반달 모양으로 생겼으니 사람들에게 신비롭게 보였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옛날에는 나라의 제사인 소사(小祀)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우리는 오랜만에 찾은 월악산 산행이 걱정했던 것보다 수월하다고 생각하였다. 이는 우리의 등력(登力)이 커진 것도 있겠지만 코로나 시기에 이곳 저곳에 계단과 난간을 보강 설치한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35대 경순왕의 맏아들이었던 마의 태자가 신라 부활의 꿈을 간직한 채 이 월악산에 들어와 성을 쌓고 군사를 모집할 때 그의 누이동생 덕주 공주는 산 아래에 절을 짓고 오빠의 무운을 빌었다고 한다. 마의태자는 그러나 그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삼베옷을 입은 채 강원도 금강산으로 들어갔고 덕주가 바위에 부처님의 모습을 새겨 놓고 간절하게 기도하던 덕주사는 100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아직도 그 때의 간절한 마음을 전해주는 듯하다. 오후 4시에 산행을 마치고 덕주골 식당에서 맛난 두부전골과 감자전으로 이른 저녁을 먹고 상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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