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일출봉

아예 처음부터 성산에 가서 일출을 보았으면 더 감동적이었을까? 제주시에서 바라본 동쪽 하늘은 붉은 기운이 가득하다.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성산까지 가는 버스편을 물어보니 대답이 각자 다 다르다. 카카오 맵에서 가르쳐 주는 버스편도 다르다. 용연1동 주민센터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운전 기사에게 물으니 제주박물관 앞에서 201번 버스를 타면 된다며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제주시에서 성산 일출봉까지 한 시간 넘게 걸린다. 밤에 찜질방에서 놓쳐버린 잠을 붙잡아 억지로 눈 속에 집어넣고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으니 피로가 조금 풀리는 것 같다. 왼편으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파란 수평선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소리 없이 밀려든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추운 표정으로 버스에 타고 내리길 거듭하더니 마침내 버스는 성산에 도착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작은 암봉이 역광으로 인해 검은 색 실루엣으로 비친다. “이 산 이름이 왜 성산(城山)인가요?” “성(城)처럼 생겼다고 해서 성산이라고 불러요.” 우문현답이다. 우리나라에는 성산이라는 산 이름이 여럿 있는데 이 산처럼 산 모양이 성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리 부르는 것도 있고 또 성스러운 산이라고 해서 성산(聖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있다. 버스에서 내려서 우선 해결해야 할 일이 민생고(民生苦)다. 새벽밥을 먹는 습관 탓에 제주시에서부터 배가 고팠는데 소산 형님은 덩치에 비해 먹는 것에 상당히 둔감한 편이다. 차에서 내리면서 보니 순대국밥집이 있고 바로 앞에는 해장국밥집이 있다. 고민할 것 없이 가까운 해장국밥집으로 들어가서 공기밥만 한 그릇 더 추가해서 간단히 요기를 해결했다. 성산 일출봉과 우도를 찾는 관광객들 덕분에 생겨난 도시인지 아니면 관광이 성행하기 전에 이미 물고기 잡는 배들이 정박하던 성산포가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버스정류장에서 성산으로 가는 거리는 온통 음식점과 카페 그리고 숙박시설 뿐이다. 예전에 한 번 이곳에 와봤다는 소산 형님은 주변 환경이 많이 깨끗해 졌다며 놀라신다. 전에는 집들이 허름하고 주변에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있었는데 지금은 오래된 집들도 외관을 단장하였고 새로 지은 집들이 많이 보인다. 전국적으로 관광지에 쓰레기가 없어진 것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니 이런 유명한 관광지는 더욱 잘 단장하였다. 입구에는 매표소가 있다. 성산에 올라갈 사람은 표를 사서 우측 개찰구를 통해 들어가고 산에 오르지 않고 우도에 가거나 아래쪽만 볼 사람들은 표를 사지 않고 왼쪽 개찰구로 들어가면 된다. 산으로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분리되어 있다. 몇 년 전 중국 관광객들이 밀려들면서 고안해 낸 방법이라고 한다. 화석암으로 된 돌을 깎아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오르는 중에도 특이한 형상을 한 바위들이 눈길을 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바위만이 아니다. 길 가에 자라는 풀과 나무들도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이름도 제주스러운 까마귀쪽나무가 열매를 달고 있다. 옛날에는 이 열매를 따먹었다고 한다. 까마귀베게는 열매가 하도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육지에서 볼 수 있는 보리수나무가 보이는데 옆을 지나가던 문화재 해설사님이 이름을 정정해 준다. 이건 보리수가 아니라 보리밥이라고 한다. 이렇게 겨울에도 푸른 잎이 달려있는 것은 보리밥과 보리장나무이고 가을에 잎이 지는 것은 보리수라고 한다. 그러면서 외우기 쉽도록 ‘밥장수’라는 말로 정리해 준다. 참 재미있다. https://blog.naver.com/namuwa99/221953660712 남쪽에서 자라는 덩굴 식물 중에서 헷갈리는 것이 송악과 마삭줄 그리고 백화등인데 이에 대해서도 대략 설명을 해 주는데 내게는 여전히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해설사님이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서 냄새를 맡아 보라고 건네 준다. 마른 가지 속에 녹색 속껍질이 보이는데 은은한 냄새가 난다. 상산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집에서 장례를 치렀는데 불편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이 상산나무 가지를 꺾어서 시신 주변에 놓아두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가파른 길을 조금 오르니 눈앞이 환하게 트이는데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성산 분화구다. 안쪽에 지름이 약 600 미터의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고 그 평지를 둘러싸고 뾰족뾰족한 바위가 마치 왕관의 장식처럼 솟아 있다. 해설사님은 이 분화구의 크기가 한라산 백록담과 비슷한 규모라고 설명한다. 안쪽 평지는 해발 90 미터이며 그 둘레에 솟아 있는 바위 봉우리는 해발 180 미터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5천년 전 이 성산이 있는 지형은 얕은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다. 물 속에서 여러 번에 걸쳐 화산이 폭발하면서 흘러나온 용암이 그대로 굳어졌고 높이 올라간 화산재와 자갈이 쏟아져서 바닷물에 씻겨 나가 해안 쪽에 쌓였다고 한다. “저 아래 호수가 보이잖아요? 저게 이 성산에서 생겨난 화산재와 자갈이 흘러가서 만든 둑이에요.” 해설사님은 섭지코지 방향으로 광치기항을 가리키며 설명한다. “저 둑 높이가 아주 낮아서 물이 차며 없어지고 물이 빠지면 둑이 다시 드러났었어요. 그래서 그 이름이 터진둑이에요. “아래를 내려다보니 성산은 근래에 건설된 다리가 없다면 터진둑으로 간신히 연결되어 있는 꼴이었다. “이 산 이름이 성산이잖아요? 실제로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을 받았을 때 삼별초의 김통정 장군이 성산에 올라가 고려군과 몽골군에 대항한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에는 이 성산에 봉수대를 설치하여 외적의 침입을 미리 알리는 기능을 가졌어요.” 해설사님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 성산 일출이 영주10경중 제1경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경치가 빼어나다는 거지요.” 해설사님은 품에서 코팅된 그림을 꺼내 보여주는데 조선시대 제주도에 파견된 목사(牧使)가 이 성산에 올라서 직접 본 풍경을 그린 것이라 한다. 그가 쓴 시도 읊어주었는데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영주 10경 : http://n954.ndsof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1549 탐라 순력도 : https://jumeogdokkibuteo.tistory.com/m/231

Sightseeing

Seogwipo-si, Jeju,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Feb 4, 2023 10:21 AM
duration : 1h 52m 58s
distance : 2.9 km
total_ascent : 147 m
highest_point : 209 m
avg_speed : 1.8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아예 처음부터 성산에 가서 일출을 보았으면 더 감동적이었을까? 제주시에서 바라본 동쪽 하늘은 붉은 기운이 가득하다.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성산까지 가는 버스편을 물어보니 대답이 각자 다 다르다. 카카오 맵에서 가르쳐 주는 버스편도 다르다. 용연1동 주민센터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운전 기사에게 물으니 제주박물관 앞에서 201번 버스를 타면 된다며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제주시에서 성산 일출봉까지 한 시간 넘게 걸린다. 밤에 찜질방에서 놓쳐버린 잠을 붙잡아 억지로 눈 속에 집어넣고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으니 피로가 조금 풀리는 것 같다. 왼편으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파란 수평선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소리 없이 밀려든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추운 표정으로 버스에 타고 내리길 거듭하더니 마침내 버스는 성산에 도착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작은 암봉이 역광으로 인해 검은 색 실루엣으로 비친다. “이 산 이름이 왜 성산(城山)인가요?” “성(城)처럼 생겼다고 해서 성산이라고 불러요.” 우문현답이다. 우리나라에는 성산이라는 산 이름이 여럿 있는데 이 산처럼 산 모양이 성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리 부르는 것도 있고 또 성스러운 산이라고 해서 성산(聖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있다. 버스에서 내려서 우선 해결해야 할 일이 민생고(民生苦)다. 새벽밥을 먹는 습관 탓에 제주시에서부터 배가 고팠는데 소산 형님은 덩치에 비해 먹는 것에 상당히 둔감한 편이다. 차에서 내리면서 보니 순대국밥집이 있고 바로 앞에는 해장국밥집이 있다. 고민할 것 없이 가까운 해장국밥집으로 들어가서 공기밥만 한 그릇 더 추가해서 간단히 요기를 해결했다. 성산 일출봉과 우도를 찾는 관광객들 덕분에 생겨난 도시인지 아니면 관광이 성행하기 전에 이미 물고기 잡는 배들이 정박하던 성산포가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버스정류장에서 성산으로 가는 거리는 온통 음식점과 카페 그리고 숙박시설 뿐이다. 예전에 한 번 이곳에 와봤다는 소산 형님은 주변 환경이 많이 깨끗해 졌다며 놀라신다. 전에는 집들이 허름하고 주변에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있었는데 지금은 오래된 집들도 외관을 단장하였고 새로 지은 집들이 많이 보인다. 전국적으로 관광지에 쓰레기가 없어진 것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니 이런 유명한 관광지는 더욱 잘 단장하였다. 입구에는 매표소가 있다. 성산에 올라갈 사람은 표를 사서 우측 개찰구를 통해 들어가고 산에 오르지 않고 우도에 가거나 아래쪽만 볼 사람들은 표를 사지 않고 왼쪽 개찰구로 들어가면 된다. 산으로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분리되어 있다. 몇 년 전 중국 관광객들이 밀려들면서 고안해 낸 방법이라고 한다. 화석암으로 된 돌을 깎아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오르는 중에도 특이한 형상을 한 바위들이 눈길을 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바위만이 아니다. 길 가에 자라는 풀과 나무들도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이름도 제주스러운 까마귀쪽나무가 열매를 달고 있다. 옛날에는 이 열매를 따먹었다고 한다. 까마귀베게는 열매가 하도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육지에서 볼 수 있는 보리수나무가 보이는데 옆을 지나가던 문화재 해설사님이 이름을 정정해 준다. 이건 보리수가 아니라 보리밥이라고 한다. 이렇게 겨울에도 푸른 잎이 달려있는 것은 보리밥과 보리장나무이고 가을에 잎이 지는 것은 보리수라고 한다. 그러면서 외우기 쉽도록 ‘밥장수’라는 말로 정리해 준다. 참 재미있다. https://blog.naver.com/namuwa99/221953660712 남쪽에서 자라는 덩굴 식물 중에서 헷갈리는 것이 송악과 마삭줄 그리고 백화등인데 이에 대해서도 대략 설명을 해 주는데 내게는 여전히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해설사님이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서 냄새를 맡아 보라고 건네 준다. 마른 가지 속에 녹색 속껍질이 보이는데 은은한 냄새가 난다. 상산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집에서 장례를 치렀는데 불편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이 상산나무 가지를 꺾어서 시신 주변에 놓아두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가파른 길을 조금 오르니 눈앞이 환하게 트이는데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성산 분화구다. 안쪽에 지름이 약 600 미터의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고 그 평지를 둘러싸고 뾰족뾰족한 바위가 마치 왕관의 장식처럼 솟아 있다. 해설사님은 이 분화구의 크기가 한라산 백록담과 비슷한 규모라고 설명한다. 안쪽 평지는 해발 90 미터이며 그 둘레에 솟아 있는 바위 봉우리는 해발 180 미터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5천년 전 이 성산이 있는 지형은 얕은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다. 물 속에서 여러 번에 걸쳐 화산이 폭발하면서 흘러나온 용암이 그대로 굳어졌고 높이 올라간 화산재와 자갈이 쏟아져서 바닷물에 씻겨 나가 해안 쪽에 쌓였다고 한다. “저 아래 호수가 보이잖아요? 저게 이 성산에서 생겨난 화산재와 자갈이 흘러가서 만든 둑이에요.” 해설사님은 섭지코지 방향으로 광치기항을 가리키며 설명한다. “저 둑 높이가 아주 낮아서 물이 차며 없어지고 물이 빠지면 둑이 다시 드러났었어요. 그래서 그 이름이 터진둑이에요. “아래를 내려다보니 성산은 근래에 건설된 다리가 없다면 터진둑으로 간신히 연결되어 있는 꼴이었다. “이 산 이름이 성산이잖아요? 실제로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을 받았을 때 삼별초의 김통정 장군이 성산에 올라가 고려군과 몽골군에 대항한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에는 이 성산에 봉수대를 설치하여 외적의 침입을 미리 알리는 기능을 가졌어요.” 해설사님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 성산 일출이 영주10경중 제1경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경치가 빼어나다는 거지요.” 해설사님은 품에서 코팅된 그림을 꺼내 보여주는데 조선시대 제주도에 파견된 목사(牧使)가 이 성산에 올라서 직접 본 풍경을 그린 것이라 한다. 그가 쓴 시도 읊어주었는데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영주 10경 : http://n954.ndsof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1549 탐라 순력도 : https://jumeogdokkibuteo.tistory.com/m/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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