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성중종주

고도가 높은데다 바람을 막아 줄 것이 없는 성삼재의 새벽은 쌀쌀하다. 아니 에어컨이 약한 탓에 덥게 느껴졌던 버스에서 내려서니 휙 불어오는 찬 바람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하늘에는 한가위 보름을 하루 앞 둔 배부른 달이 휘영청 떠 있고 성삼재 휴게소의 전깃불에 조금은 흐려진 별빛도 하늘에 가득하다. 달빛 별빛이 쏟아지는 새벽에 산 길을 걷는 낭만은 무박 산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찬 바람을 피해 화장실에 들러 채비를 갖추고 노고단으로 향하는 임도를 따라 걷는다. 길 가에는 쑥부쟁이 꽃이 만발해 있다. 하지만 종주(縱走) 코스에 들어선 까닭에 한가로이 꽃을 감상할 여유는 없다. 그저 눈길에 스치는 꽃을 보며 날이 밝으면 펼쳐질 주 능선의 풍경을 상상할 따름이다. 멀찍이 앞서 가는 불빛이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저 뒤에서 따라오는 불빛은 가까워 지는 느낌이다. 누가 빨리 가나 경주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내 발걸음은 덩달아 빨라진다. 마스크 안에서 헐떡이는 숨 소리가 거칠어진다. 노고단(老姑壇 1,507 m)은 원래 이 세상을 창조한 마고할미에게 제사 지내던 제단이었다고 한다. 성삼재나 정령치 등 이 주변의 지명 유래가 삼한 시대 마한(馬韓)에서 온 것이라 하니 이 노고단에 제사를 지냈던 사람들도 그들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뒤 신라에서는 이 곳에 남사악이라는 제단을 차리고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에게 제사하였으며 고려시대에는 왕건의 어머니 위덕황후를 모시는 사당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숭배하는 대상은 달랐으나 그 기저에는 지리산을 우리 민족의 혼이 담겨있는 영산으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노고단 소원탑에 서니 하늘에 달과 별이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 겨울철 별자리인 오리온 자리가 동남쪽 하늘에 뚜렷이 자리하고 있다. 하절기에는 오전 3시부터 입장이 허용되지만 2시 40분인데도 이미 문이 열려 있다. 종주 산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각 구간별 시간 안배를 잘 해야 몸이 지치지 않게 완주할 수 있다. 노고단에서 내려서 반야봉으로 가는 길 가에는 쑥부쟁이와 투구꽃이 만발했다. 진범은 이미 꽃이 다 지고 씨방이 익어간다. 돼지령과 임걸령에서는 주변의 불빛 간섭이 없으니 하늘의 별빛이 더욱 밝게 빛난다. 성삼재를 출발한 지 2시간 20분만인 4시 20분 반야봉 갈림길인 노루목에 도착했다. 여기서 반야봉까지 1 km. 오전 5시면 반야봉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거기서 한 시간 이상 앉아 일출을 기다리기에는 그 이후에 벌어질 시간과의 다툼이 걱정된다. 노루목에서 간식을 먹으며 십여 분 망설이다가 결국 해돋이를 다른 곳에서 보기로 하고 삼도봉으로 향했다.

Hiking/Backpacking

Jeollanam-do,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Sep 19, 2021 2:00 AM
duration : 14h 30m 26s
distance : 33.2 km
total_ascent : 2160 m
highest_point : 1889 m
avg_speed : 2.6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고도가 높은데다 바람을 막아 줄 것이 없는 성삼재의 새벽은 쌀쌀하다. 아니 에어컨이 약한 탓에 덥게 느껴졌던 버스에서 내려서니 휙 불어오는 찬 바람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하늘에는 한가위 보름을 하루 앞 둔 배부른 달이 휘영청 떠 있고 성삼재 휴게소의 전깃불에 조금은 흐려진 별빛도 하늘에 가득하다. 달빛 별빛이 쏟아지는 새벽에 산 길을 걷는 낭만은 무박 산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찬 바람을 피해 화장실에 들러 채비를 갖추고 노고단으로 향하는 임도를 따라 걷는다. 길 가에는 쑥부쟁이 꽃이 만발해 있다. 하지만 종주(縱走) 코스에 들어선 까닭에 한가로이 꽃을 감상할 여유는 없다. 그저 눈길에 스치는 꽃을 보며 날이 밝으면 펼쳐질 주 능선의 풍경을 상상할 따름이다. 멀찍이 앞서 가는 불빛이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저 뒤에서 따라오는 불빛은 가까워 지는 느낌이다. 누가 빨리 가나 경주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내 발걸음은 덩달아 빨라진다. 마스크 안에서 헐떡이는 숨 소리가 거칠어진다. 노고단(老姑壇 1,507 m)은 원래 이 세상을 창조한 마고할미에게 제사 지내던 제단이었다고 한다. 성삼재나 정령치 등 이 주변의 지명 유래가 삼한 시대 마한(馬韓)에서 온 것이라 하니 이 노고단에 제사를 지냈던 사람들도 그들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뒤 신라에서는 이 곳에 남사악이라는 제단을 차리고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에게 제사하였으며 고려시대에는 왕건의 어머니 위덕황후를 모시는 사당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숭배하는 대상은 달랐으나 그 기저에는 지리산을 우리 민족의 혼이 담겨있는 영산으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노고단 소원탑에 서니 하늘에 달과 별이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 겨울철 별자리인 오리온 자리가 동남쪽 하늘에 뚜렷이 자리하고 있다. 하절기에는 오전 3시부터 입장이 허용되지만 2시 40분인데도 이미 문이 열려 있다. 종주 산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각 구간별 시간 안배를 잘 해야 몸이 지치지 않게 완주할 수 있다. 노고단에서 내려서 반야봉으로 가는 길 가에는 쑥부쟁이와 투구꽃이 만발했다. 진범은 이미 꽃이 다 지고 씨방이 익어간다. 돼지령과 임걸령에서는 주변의 불빛 간섭이 없으니 하늘의 별빛이 더욱 밝게 빛난다. 성삼재를 출발한 지 2시간 20분만인 4시 20분 반야봉 갈림길인 노루목에 도착했다. 여기서 반야봉까지 1 km. 오전 5시면 반야봉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거기서 한 시간 이상 앉아 일출을 기다리기에는 그 이후에 벌어질 시간과의 다툼이 걱정된다. 노루목에서 간식을 먹으며 십여 분 망설이다가 결국 해돋이를 다른 곳에서 보기로 하고 삼도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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