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태산 모데미풀 태백바람꽃 탐방

꽃이 ‘핀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봄이 되어 기온이 조금 올라가면 땅에서 올라온 풀이나 나무에서 일제히 꽃이 피어난다. 정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요이 땅’하면 100 미터 달리기 선수가 총알처럼 튀어나가듯이 꽃들이 ‘팡’하고 터져 나온다. 요즘은 카메라가 발달하여 꽃의 개화과정을 고속으로 촬영하여 볼 수 있는데 이를 보면 꽃은 이미 꽃봉오리 속에 완벽한 꽃의 형태를 갖추고 압력에 의하여 팡 터지는 모습이다. 이른 봄 노루귀와 너도바람꽃을 시작으로 하나 둘 피어나더니 이제는 여기저기 쉴 새 없이 피어 오르니 정신이 없다. 어제 가평 논남기 계곡에서 깽깽이풀 꽃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소산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청태산에 모데미풀 꽃이 예년에 비해 일찍 피어서 지금 만개했다는 소식이다. 소산 형님 본인은 선산에 다녀와야 하기에 동참할 수 없다면서 이 지열 샘과 연락해서 한 번 다녀와보라 한다. 설산 님에게 연락하니 함께 가겠다고 하여 우리 세 명이 급하게 꽃 탐방 팀을 구성했다. 청태산 모데미풀은 내가 재작년(2020년) 처음으로 만나보고 그 신비한 모습에 반한 곳이다. 그 때는 계곡에 얼음이 두텁게 얼어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 흙무더기에 뿌리를 내린 모데미풀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얼음 위에서 피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바람꽃의 일종인 모데미풀의 단아한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여 작년에도 가보려고 별렀으나 시기를 맞추지 못해 보지 못한 꽃이다. 작년에는 광덕산과 소백산에서 모데미풀을 만났었다. 아침 일찍 복정역에서 만나 제2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둔내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청태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9시도 채 되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방역 수칙에 따라 체온을 측정하고 휴대전화로 개인정보도 전송하고 주차장에 들어서니 예년에 비해 한산하다.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꽃 탐방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시절이다. 계곡 아래쪽에는 얼음이 다 녹았다. 모데미풀 꽃도 이제는 끝물이다. 아직 꽃잎(실제로는 꽃받침이라 한다)은 싱싱하지만 가운데 수술 안쪽에 씨방이 생겨났다.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기에 발 디딘 부분은 흙이 단단해졌다. 그래도 대부분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면서 꽃 사진을 찍기에 훼손은 그리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마치 남북 이산가족 상봉하듯 꽃 한 송이라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또 사진에 담는다. 다만 손으로 접촉하는 것은 금물이다. 요즘 손 때문에 낭패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피어 있는 모데미풀을 보면서 천천히 오르다 보니 위로 갈수록 상태가 양호하다. 고도가 높을수록 기온이 차가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탐방객들이 아래쪽만 살펴보고 대부분 떠나가기 때문에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계곡 위쪽에 피는 꽃은 그 자태가 무척 아름답다. 계곡 끝에서 우리는 잣나무 숲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잣나무 숲이 끝나고 돌이 삐죽삐죽 솟아 있고 갖가지 낙엽수들이 자라는 비탈길을 오른다. 길 가에는 노랑앉은부채 새 잎이 배추잎처럼 보드락지게 피어 있다. 작년 가을 노랑앉은부채 꽃을 보겠다고 찾아왔다가 헛탕을 치고 돌아간 기억이 새롭다. 정상에 이르기 전 헬기장에서 간식을 먹고 들바람꽃과 태백바람꽃을 감상한다. 꽃이 예쁜 들바람꽃도 어딜 가나 귀한 대접을 받는데 강원도에만 자란다는 태백바람꽃과 함께 피어 있으니 우선 순위에서 조금 밀려나는 느낌이다. 들바람꽃은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뾰로봉에도 있고 어제 가평의 논남기 계곡에서도 많이 보았다. 태백바람꽃은 그 모양이 특이하다. 이 선생님은 태백바람꽃이 처음 보고 되었을 때 들바람꽃과 회리바람꽃의 교잡종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DNA 분석 결과 별도의 특징있는 바람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바람을 하두 많이 피는 집안이라서 그런지 바람꽃 가계도가 무척 복잡하다. 그러니 너도 나도 바람피우러 변산에 내려갔다가 이렇게 들바람 숲바람 맞으며 태백까지 올라오고 한여름 더울 때는 설악산에 올라가 거센 바람을 맞는 것 아니겠는가. 청태산 정상에 잠깐 다녀와 하산한다. 올라왔던 계곡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복수초 군락지를 지난다. 사람이 친척끼리 집성촌을 만들어 함께 모여 살듯이 꽃들도 같은 종류가 한데 모여 자란다. 복수초 군락지를 지나니 중의무릇 군락지가 나온다. 모두 자기 자손을 대대손손 이어가려는 각고의 노력을 펼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임도에 내려서니 괭이눈 세상이다. 금괭이, 산괭이, 선괭이 그리고 애기괭이눈의 구분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이 선생님의 정성에 부응하지 못하고 내 머리는 조금 혼란스럽다. 애기괭이와 산괭이는 잎이 어긋나고 나머지는 잎이 마주난다. 그리고 선괭이와 금괭이는 줄기에 털이 나 있고 산괭이와 애기괭이는 털이 없이 매끈하다. 대충 이렇게 이해하지만 막상 괭이눈을 보면 이런 특징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산괭이인지 선괭이인지 또는 금괭이인지 고민하게 된다. 처녀치마가 활짝 피었다. 겨울을 이긴 잎이 마치 하와이 원주민 아가씨들 치마처럼 치렁치렁 늘어져 있고 매끈한 꽃대는 길게 올라가 있다. 그 꽃대 끝에 보라색이나 핑크 빛으로 염색한 요염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지나가는 꽃쟁이들을 유혹한다. 동이나물도 곧 꽃을 피울 태세다. 꽃망울이 콩알만큼 커졌다. 저 콩알 속에는 조만간 마술처럼 펼쳐질 노란 꽃이 들어있다. 1시 30분 일찌감치 청태산 꽃탐방을 마치고 우리는 한계령풀이 피었다는 대학산을 찾아가기로 했다.

Hiking/Backpacking

Hoengseong-gun, Gangwon-do,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Apr 11, 2021 8:50 AM
duration : 4h 47m 37s
distance : 6.8 km
total_ascent : 332 m
highest_point : 1209 m
avg_speed : 1.7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꽃이 ‘핀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봄이 되어 기온이 조금 올라가면 땅에서 올라온 풀이나 나무에서 일제히 꽃이 피어난다. 정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가 ‘요이 땅’하면 100 미터 달리기 선수가 총알처럼 튀어나가듯이 꽃들이 ‘팡’하고 터져 나온다. 요즘은 카메라가 발달하여 꽃의 개화과정을 고속으로 촬영하여 볼 수 있는데 이를 보면 꽃은 이미 꽃봉오리 속에 완벽한 꽃의 형태를 갖추고 압력에 의하여 팡 터지는 모습이다. 이른 봄 노루귀와 너도바람꽃을 시작으로 하나 둘 피어나더니 이제는 여기저기 쉴 새 없이 피어 오르니 정신이 없다. 어제 가평 논남기 계곡에서 깽깽이풀 꽃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소산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청태산에 모데미풀 꽃이 예년에 비해 일찍 피어서 지금 만개했다는 소식이다. 소산 형님 본인은 선산에 다녀와야 하기에 동참할 수 없다면서 이 지열 샘과 연락해서 한 번 다녀와보라 한다. 설산 님에게 연락하니 함께 가겠다고 하여 우리 세 명이 급하게 꽃 탐방 팀을 구성했다. 청태산 모데미풀은 내가 재작년(2020년) 처음으로 만나보고 그 신비한 모습에 반한 곳이다. 그 때는 계곡에 얼음이 두텁게 얼어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 흙무더기에 뿌리를 내린 모데미풀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얼음 위에서 피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바람꽃의 일종인 모데미풀의 단아한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여 작년에도 가보려고 별렀으나 시기를 맞추지 못해 보지 못한 꽃이다. 작년에는 광덕산과 소백산에서 모데미풀을 만났었다. 아침 일찍 복정역에서 만나 제2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둔내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청태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9시도 채 되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방역 수칙에 따라 체온을 측정하고 휴대전화로 개인정보도 전송하고 주차장에 들어서니 예년에 비해 한산하다.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꽃 탐방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시절이다. 계곡 아래쪽에는 얼음이 다 녹았다. 모데미풀 꽃도 이제는 끝물이다. 아직 꽃잎(실제로는 꽃받침이라 한다)은 싱싱하지만 가운데 수술 안쪽에 씨방이 생겨났다.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기에 발 디딘 부분은 흙이 단단해졌다. 그래도 대부분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면서 꽃 사진을 찍기에 훼손은 그리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마치 남북 이산가족 상봉하듯 꽃 한 송이라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또 사진에 담는다. 다만 손으로 접촉하는 것은 금물이다. 요즘 손 때문에 낭패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피어 있는 모데미풀을 보면서 천천히 오르다 보니 위로 갈수록 상태가 양호하다. 고도가 높을수록 기온이 차가와서 그런건지 아니면 탐방객들이 아래쪽만 살펴보고 대부분 떠나가기 때문에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계곡 위쪽에 피는 꽃은 그 자태가 무척 아름답다. 계곡 끝에서 우리는 잣나무 숲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잣나무 숲이 끝나고 돌이 삐죽삐죽 솟아 있고 갖가지 낙엽수들이 자라는 비탈길을 오른다. 길 가에는 노랑앉은부채 새 잎이 배추잎처럼 보드락지게 피어 있다. 작년 가을 노랑앉은부채 꽃을 보겠다고 찾아왔다가 헛탕을 치고 돌아간 기억이 새롭다. 정상에 이르기 전 헬기장에서 간식을 먹고 들바람꽃과 태백바람꽃을 감상한다. 꽃이 예쁜 들바람꽃도 어딜 가나 귀한 대접을 받는데 강원도에만 자란다는 태백바람꽃과 함께 피어 있으니 우선 순위에서 조금 밀려나는 느낌이다. 들바람꽃은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뾰로봉에도 있고 어제 가평의 논남기 계곡에서도 많이 보았다. 태백바람꽃은 그 모양이 특이하다. 이 선생님은 태백바람꽃이 처음 보고 되었을 때 들바람꽃과 회리바람꽃의 교잡종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DNA 분석 결과 별도의 특징있는 바람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바람을 하두 많이 피는 집안이라서 그런지 바람꽃 가계도가 무척 복잡하다. 그러니 너도 나도 바람피우러 변산에 내려갔다가 이렇게 들바람 숲바람 맞으며 태백까지 올라오고 한여름 더울 때는 설악산에 올라가 거센 바람을 맞는 것 아니겠는가. 청태산 정상에 잠깐 다녀와 하산한다. 올라왔던 계곡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복수초 군락지를 지난다. 사람이 친척끼리 집성촌을 만들어 함께 모여 살듯이 꽃들도 같은 종류가 한데 모여 자란다. 복수초 군락지를 지나니 중의무릇 군락지가 나온다. 모두 자기 자손을 대대손손 이어가려는 각고의 노력을 펼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임도에 내려서니 괭이눈 세상이다. 금괭이, 산괭이, 선괭이 그리고 애기괭이눈의 구분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이 선생님의 정성에 부응하지 못하고 내 머리는 조금 혼란스럽다. 애기괭이와 산괭이는 잎이 어긋나고 나머지는 잎이 마주난다. 그리고 선괭이와 금괭이는 줄기에 털이 나 있고 산괭이와 애기괭이는 털이 없이 매끈하다. 대충 이렇게 이해하지만 막상 괭이눈을 보면 이런 특징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산괭이인지 선괭이인지 또는 금괭이인지 고민하게 된다. 처녀치마가 활짝 피었다. 겨울을 이긴 잎이 마치 하와이 원주민 아가씨들 치마처럼 치렁치렁 늘어져 있고 매끈한 꽃대는 길게 올라가 있다. 그 꽃대 끝에 보라색이나 핑크 빛으로 염색한 요염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지나가는 꽃쟁이들을 유혹한다. 동이나물도 곧 꽃을 피울 태세다. 꽃망울이 콩알만큼 커졌다. 저 콩알 속에는 조만간 마술처럼 펼쳐질 노란 꽃이 들어있다. 1시 30분 일찌감치 청태산 꽃탐방을 마치고 우리는 한계령풀이 피었다는 대학산을 찾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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