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향적봉 칠봉 탐방

산행코스: 삼공리~ 백련사~오수자굴~중봉~향적봉~설천봉~칠봉~인월담~삼공리 원점회귀 겨울에 눈이 내리면 어디 간들 멋지지 않은 곳이 있으랴만, 지난 주에 내린 눈에 또 한 번 큰 눈이 내렸음에도 며칠 날이 포근하더니 서울에선 눈을 씻고 봐도 눈을 볼 수 없다. 이 또한 자연의 섭리이려니. 눈을 좋아하나요? 내 마음은 아직 경계선상을 오간다. 눈이 오면 그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지만 운전을 할 때는 내린 눈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경계인이다. 지난 주에 걸었던 덕유산을 또 찾아간다. 지난 주에 가지 못한 정상으로 가는 길을 걸으며 발 아래 펼쳐진 아스라한 능선길이 눈에 어른거린다. 2시 40분 안양 설산 님 집에 차를 세워 두고, 수원에서 소산 님을 3시 30분에 만나 텅 빈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새로운 산행 풍속이다.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러 밤새 열려 있는 편의점에서 따뜻한 커피 한 캔으로 짧은 휴식. 그리고 여명이 오는 속도에 자동차 속도를 맞춰가며 무주 구천동 삼공리 주차장으로 달린다. 어스름 여명 속에 옷 매무새를 여민다. 바람이 새어 들까 겹겹이 입은 옷의 자크를 잠그고 목부터 머리까지 감싸고 나니 틀림없는 복면강도의 모습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소백산 덕유산 칼바람에 한 번 혼이 나고 나니 지레 겁부터 나는가 보다.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빙판이지만 아이젠 없이도 걸을 만하다. 오늘 칠봉(七峰 1307)에 오르기로 계획을 세웠기에 백련사에서 향적봉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 대신 오수자굴을 거쳐 중봉(中峯 1594 )으로 오르는 코스를 선택한다. 백련사에서 오수자굴까지 가는 2.8 km는 오르내림이 거의 없이 계곡을 따라 걷는다. 오수자굴에서 중봉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일주일새 눈이 많이 녹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산님들에게 정상쪽 상고대가 많이 피었더냐 물으니 ‘별로에요 !”하는 메마른 대답이다. 느낌이야 다 같은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위안을 하며 부지런히 산을 오른다. 따뜻한 햇볕에 상고대가 다 녹아내리기 전에 올라가야 한다. 중봉에 도착하니 산 너머 안성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동엽령부터 아래쪽에는 구름으로 덮여 있어 남덕유산이 보일 듯 말 듯 하다. 멀리 구름 위에 걸린 산 봉우리가 지리산인지 남덕유인지 가물가물하고 왼편으로 다른 산보다 조금 높이 솟은 것은 가야산이라고 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능선을 타고 향적봉으로 오른다. 봄날 흐드러지게 철쭉꽃이 피고 미나리아재비와 벌께덩굴꽃이 길 가에 만개하고 자주솜대와 풀솜대 등 온갖 야생화가 피어 있던 산길이 지금은 두터운 눈으로 덮여 있다. 중봉에서 차가운 날씨에 핸드폰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더니 밧데리가 방전되었다. 주머니에 넣고 손으로 온기를 불어넣어 주자 다행히 평상심을 되찾았다. 향적봉(香積峰 1614)은 덕유산의 최고봉으로 우리나라 산 중에서 네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주변에 향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향적봉이라 불렀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향나무처럼 쓰이는 주목(朱木) 군락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향적봉으로 가는 길에는 살아서 천 년 또 죽어서 천 년을 지낸다는 주목과 우리나라 고유종 상록수인 구상나무가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덕유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있는 대피소에는 곤도라를 타고 올라 온 탐방객들로 시골 장터처럼 북적거린다. 여기 저기 작은 무리를 지어 앉아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향적봉 정상석 주변도 그리고 향천봉으로 가는 길도 탐방객으로 복잡하다. 모두 코로나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아름다운 설경으로 풀어보려는 마음에 찾아온 곳이다. 하나같이 입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고 교차할 때는 잠시 멈춰 뒤돌아 서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설천봉(雪天峰 1525)은 향적봉에서 600 미터 떨어져 있다.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고 스키장 리프트가 있다. 등산용품을 파는 가게도 있고 화장실 등 편의 시설도 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한 동안 운영을 하지 않던 스키장이 열려 짧은 겨울을 즐기려는 스키어들과 등산을 하려는 탐방객들로 제법 혼잡하다. 칠봉으로 가려면 스키 슬로프를 따라서 약 2 km를 내려가야 한다. 스키어들에게 방해가 안되도록 슬로프 펜스쪽에 바짝 붙어 걷는다. 갓 만들어 낸 눈을 밟는 감촉이 부드럽다. 슬로프에는 스키와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 지치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4월 30일까지 탐방을 금지한다는 플래카드가 여러 개 붙어 있어 이를 보는 마음이 불편하다. 마치 잔칫집에 찾아 든 걸인이 툇마루 한 켠에 앉아 음식을 얻어 먹는 기분이 든다. 약 20여 분 내리막 슬로프를 걸어 내려와 칠봉으로 가는 능선을 만나고 우리는 홀가분하게 스키 슬로프를 빠져나와 산길로 접어든다. 칠봉으로 가는 능선길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으나 이미 많은 이들이 밟은 덕에 걷기에 불편하지 않다. 조릿대가 무성하게 자랐지만 누군가 산길 양 옆으로 조릿대를 깎아 놓았다. 이 비탐길을 우리 말고 걷는 이가 없으려니 했는데 스키장을 벗어난 지 얼마 안돼 우리 반대방향에서 올라오는 네 명의 등산객과 마주쳤다. 우리만큼이나 열정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칠봉 정상에 이르기 전 양지바른 곳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칠봉 정상은 헬기장이다. 주변에 키 큰 나무가 둘러 싸고 있어 조망은 없다. 칠봉 정상에서 인월담까지 2.2 km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향적봉에서 칠봉에 이르는 길과 달리 칠봉에서 인월담으로 가는 길은 칠봉 약수터가 있는 곳까지 초반 500 미터는 급격한 내리막이지만 국립공원에서 설치한 철 계단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내려갈 수 있다. 칠봉 약수터 바위 틈 아래 얼음을 깨고 차가운 물로 목을 축인다. 여기부터는 그리 힘들지 않고 주변 신갈나무와 소나무 숲을 보면서 편안하게 내려갈 수 있다. 인월담에서 무주 구천동 탐방로와 만난다. 개울을 건너 임도에 올라서니 덕유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탐방객들이 보인다. 대부분 서울에서 산악회 버스를 타고 온 분들이다. 산악회 회원들의 종종걸음을 따라 삼공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4시 40분이다. 칠봉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새벽부터 시작한 산행이 약 10시간쯤 걸린 긴 산행이 되었다. 수원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우리는 지체없이 무주와 작별한다.

Hiking/Backpacking

Muju-gun, Jeollabuk-do,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Jan 16, 2021 6:44 AM
duration : 9h 58m 47s
distance : 20.5 km
total_ascent : 763 m
highest_point : 1659 m
avg_speed : 2.9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산행코스: 삼공리~ 백련사~오수자굴~중봉~향적봉~설천봉~칠봉~인월담~삼공리 원점회귀 겨울에 눈이 내리면 어디 간들 멋지지 않은 곳이 있으랴만, 지난 주에 내린 눈에 또 한 번 큰 눈이 내렸음에도 며칠 날이 포근하더니 서울에선 눈을 씻고 봐도 눈을 볼 수 없다. 이 또한 자연의 섭리이려니. 눈을 좋아하나요? 내 마음은 아직 경계선상을 오간다. 눈이 오면 그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지만 운전을 할 때는 내린 눈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경계인이다. 지난 주에 걸었던 덕유산을 또 찾아간다. 지난 주에 가지 못한 정상으로 가는 길을 걸으며 발 아래 펼쳐진 아스라한 능선길이 눈에 어른거린다. 2시 40분 안양 설산 님 집에 차를 세워 두고, 수원에서 소산 님을 3시 30분에 만나 텅 빈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코로나가 가져다 준 새로운 산행 풍속이다.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러 밤새 열려 있는 편의점에서 따뜻한 커피 한 캔으로 짧은 휴식. 그리고 여명이 오는 속도에 자동차 속도를 맞춰가며 무주 구천동 삼공리 주차장으로 달린다. 어스름 여명 속에 옷 매무새를 여민다. 바람이 새어 들까 겹겹이 입은 옷의 자크를 잠그고 목부터 머리까지 감싸고 나니 틀림없는 복면강도의 모습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소백산 덕유산 칼바람에 한 번 혼이 나고 나니 지레 겁부터 나는가 보다. 백련사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빙판이지만 아이젠 없이도 걸을 만하다. 오늘 칠봉(七峰 1307)에 오르기로 계획을 세웠기에 백련사에서 향적봉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 대신 오수자굴을 거쳐 중봉(中峯 1594 )으로 오르는 코스를 선택한다. 백련사에서 오수자굴까지 가는 2.8 km는 오르내림이 거의 없이 계곡을 따라 걷는다. 오수자굴에서 중봉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일주일새 눈이 많이 녹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산님들에게 정상쪽 상고대가 많이 피었더냐 물으니 ‘별로에요 !”하는 메마른 대답이다. 느낌이야 다 같은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위안을 하며 부지런히 산을 오른다. 따뜻한 햇볕에 상고대가 다 녹아내리기 전에 올라가야 한다. 중봉에 도착하니 산 너머 안성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동엽령부터 아래쪽에는 구름으로 덮여 있어 남덕유산이 보일 듯 말 듯 하다. 멀리 구름 위에 걸린 산 봉우리가 지리산인지 남덕유인지 가물가물하고 왼편으로 다른 산보다 조금 높이 솟은 것은 가야산이라고 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능선을 타고 향적봉으로 오른다. 봄날 흐드러지게 철쭉꽃이 피고 미나리아재비와 벌께덩굴꽃이 길 가에 만개하고 자주솜대와 풀솜대 등 온갖 야생화가 피어 있던 산길이 지금은 두터운 눈으로 덮여 있다. 중봉에서 차가운 날씨에 핸드폰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더니 밧데리가 방전되었다. 주머니에 넣고 손으로 온기를 불어넣어 주자 다행히 평상심을 되찾았다. 향적봉(香積峰 1614)은 덕유산의 최고봉으로 우리나라 산 중에서 네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주변에 향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향적봉이라 불렀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향나무처럼 쓰이는 주목(朱木) 군락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향적봉으로 가는 길에는 살아서 천 년 또 죽어서 천 년을 지낸다는 주목과 우리나라 고유종 상록수인 구상나무가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덕유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있는 대피소에는 곤도라를 타고 올라 온 탐방객들로 시골 장터처럼 북적거린다. 여기 저기 작은 무리를 지어 앉아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향적봉 정상석 주변도 그리고 향천봉으로 가는 길도 탐방객으로 복잡하다. 모두 코로나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아름다운 설경으로 풀어보려는 마음에 찾아온 곳이다. 하나같이 입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고 교차할 때는 잠시 멈춰 뒤돌아 서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설천봉(雪天峰 1525)은 향적봉에서 600 미터 떨어져 있다.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고 스키장 리프트가 있다. 등산용품을 파는 가게도 있고 화장실 등 편의 시설도 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한 동안 운영을 하지 않던 스키장이 열려 짧은 겨울을 즐기려는 스키어들과 등산을 하려는 탐방객들로 제법 혼잡하다. 칠봉으로 가려면 스키 슬로프를 따라서 약 2 km를 내려가야 한다. 스키어들에게 방해가 안되도록 슬로프 펜스쪽에 바짝 붙어 걷는다. 갓 만들어 낸 눈을 밟는 감촉이 부드럽다. 슬로프에는 스키와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 지치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4월 30일까지 탐방을 금지한다는 플래카드가 여러 개 붙어 있어 이를 보는 마음이 불편하다. 마치 잔칫집에 찾아 든 걸인이 툇마루 한 켠에 앉아 음식을 얻어 먹는 기분이 든다. 약 20여 분 내리막 슬로프를 걸어 내려와 칠봉으로 가는 능선을 만나고 우리는 홀가분하게 스키 슬로프를 빠져나와 산길로 접어든다. 칠봉으로 가는 능선길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으나 이미 많은 이들이 밟은 덕에 걷기에 불편하지 않다. 조릿대가 무성하게 자랐지만 누군가 산길 양 옆으로 조릿대를 깎아 놓았다. 이 비탐길을 우리 말고 걷는 이가 없으려니 했는데 스키장을 벗어난 지 얼마 안돼 우리 반대방향에서 올라오는 네 명의 등산객과 마주쳤다. 우리만큼이나 열정이 대단한 사람들이다. 칠봉 정상에 이르기 전 양지바른 곳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칠봉 정상은 헬기장이다. 주변에 키 큰 나무가 둘러 싸고 있어 조망은 없다. 칠봉 정상에서 인월담까지 2.2 km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향적봉에서 칠봉에 이르는 길과 달리 칠봉에서 인월담으로 가는 길은 칠봉 약수터가 있는 곳까지 초반 500 미터는 급격한 내리막이지만 국립공원에서 설치한 철 계단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내려갈 수 있다. 칠봉 약수터 바위 틈 아래 얼음을 깨고 차가운 물로 목을 축인다. 여기부터는 그리 힘들지 않고 주변 신갈나무와 소나무 숲을 보면서 편안하게 내려갈 수 있다. 인월담에서 무주 구천동 탐방로와 만난다. 개울을 건너 임도에 올라서니 덕유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탐방객들이 보인다. 대부분 서울에서 산악회 버스를 타고 온 분들이다. 산악회 회원들의 종종걸음을 따라 삼공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4시 40분이다. 칠봉 너머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새벽부터 시작한 산행이 약 10시간쯤 걸린 긴 산행이 되었다. 수원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우리는 지체없이 무주와 작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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