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 Jeju, South Korea
time : Feb 4, 2023 5:48 AM
duration : 1h 58m 23s
distance : 5.6 km
total_ascent : 56 m
highest_point : 47 m
avg_speed : 3.1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용두암(龍頭巖) 일출
어디서 검색을 하였는지 용두암 일출을 보자고 하신다. 어차피 한라산 백록담 코스는 예약을 하지 못해서 올라갈 수 없는 일이니 형님이 짠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하였다. 용두암까지 대략 5 km 이고 걸어서 가면 한시간 조금 더 걸린다. 버스도 있지만 새벽 바람을 쐬면서 걷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대충 몸을 씻고 밖으로 나오니 바로 도로 건너에 바다가 있다. 멀리 수평선에는 갈치잡이 배들이 조어등을 환하게 밝혀 놓고 조업중이고 서쪽 하늘에는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달이 기울어 가고 있다.
장갑을 벗으면 손이 시리지만 조금 걸으니 몸에 온기가 금방 올라오는 것이 날이 그리 춥지는 않은 것이다. 가끔 버스와 택시가 지나다니지만 도로는 한적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둘레길을 걷는 탐방객들이 한 둘 씩 지나간다.
특이하게 바다에 접한 곳에 우물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에서 주민들은 물을 길어다 먹고, 쌀과 나물을 씻고, 빨래를 하고 또 목욕도 했다고 한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금방 땅 속으로 스며들어 이 바닷가까지 흘러와 마침내 땅 밖으로 나오는 용출수(湧出水)라고 한다.
땅의 기운이 약하다고 여겨지는 곳에 돌을 쌓아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는 방사탑을 보고 어영마을을 지나 조금 더 가다 보니 날이 점차 밝아오는 느낌이 든다. 7시가 가까워지자 서울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날아온다.
아직은 어둠 빛이 더 강한 이른 새벽이다. 검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눈보다 귀가 먼저 알아차린다.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바위 길을 따라 해안을 내려갔다. 아직 덜 밝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우람하게 서 있는 용두암의 실루엣이 점차 뚜렷해진다. 어디가 머리이고 어디가 몸통인지 구별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상상해 낸 용 모습을 닮았다는 바위에 내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용의 모습을 그려 본다.
날카로운 입과 뿔과 귀 그리고 비늘이 억세게 달려 있는 목과 그 아래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고 있는 몸통까지. 날이 밝아 오면서 뒤 배경이 밝아오니 검은 용은 더욱 생기를 띄고 꿈틀거린다. 발 아래 파도는 하얀 물거품을 튀겨 올리고 거친 숨소리를 뱉아 낸다. 바위 뒤로 하늘에 붉은 기가 돈다. 동쪽은 한라산에 가려져 화려한 해돋이를 볼 수는 없지만 제주도 서북쪽의 작은 일출 속에 펼쳐지는 작은 용트림 현장을 보았다.
어둠속에 가려졌던 사물이 점차 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는 제주시 용연동의 해안가에 서 있다. 제주 올레길 제17구간 중 일부이다. 육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의 제주도 무덤을 보고 조금 더 가니 용연계곡이 나온다. 어쩌면 이 계곡의 이름도 용두암의 이름과 관련이 있을 법하다. 시퍼런 물이 계곡 깊숙이까지 들어차 있는 것이 바닷물인지 민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